경남신문 촉석루 2025년 7월 10일
난 외지인이다. 직장이 있는 창원에서 꽤 지냈지만, 아직도 적응하기 힘든 것이 시내버스다. 얼마 전 일이다. 그렇게 크지 않은 여행용 트렁크를 갖고 버스를 타는 대학생이 있었다. 순간 버스 기사가 학생에게 큰소리로 트렁크를 갖고 버스를 타면 안 된다고 야단을 친다. 요즘 대학생은 MT를 갈 때도 트렁크를 가지고 간다. 어느 날은 할머니가 버스 정차 벨을 누르고 버스가 정차하기 전에 일어서자, 버스 기사가 할머니에게 큰소리로 주의를 준다. 다칠까, 걱정하는 마음도 이해된다만 기사님의 목소리는 화가 나 있었다.
창원 버스는 중복된 노선이 많아 같은 방향의 버스가 연달아 오기도 하지만, 한참 동안 안 올 때도 있다. 어디로 가냐고 물으면 번호에 쓰여 있다고 핀잔을 듣기 쉽다.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일인 버스가 버스를 추월하는 일도 있다. 바빠서인지 버스 정류장 인도에 멀찍이 차를 세워주기도 하고, 잠시 머뭇거리면 바로 문을 닫고 출발해 버린다. 누가 뒤에서 쫓아오는 듯, 바쁘게 움직인다. 정류장에 내리거나 타는 사람이 없다면 빠르게 정류장을 통과한다. 빨리 차고지에 들어가야 한다고 화를 내기도 한다.
지난 6월에 있었던 버스 파업은 창원이 제일 길었다. 2021년 이후 준공영제 도입되어 연간 800억 넘는 재원이 투자되고 있지만 파업은 제일 길었다. 개항 이후 항구도시는 철도 항만 도로가 집중적으로 발달하면서 도시 성장을 가져왔고 그 중심에 대중교통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버스기사는 항구와 내륙을 잇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지역사회에서 신뢰받는 직업군이었다. 그런 이들을 누가 이렇게 화나게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여전히 버스 사고율은 높다.
이들의 분노가 중복된 노선 경쟁에서 오는지, 회사의 압박 때문인지, 불법 주차 차량의 영향인지, 혹은 사회의 무시 때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것은 이 도시에 내려 처음 만나는 얼굴이 시내버스라는 것이고 화난 얼굴이라는 것이다. 누가 버스를 보다 안전하고 친절하게 만들 수 있을까? 개인 승용차가 줄어야 사람들이 걷는 일이 더 많아지고 지역 상권도 살아난다. 그 중심에 즐거운 버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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