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KBS 프로그램 『강연 100℃』에 두 아들을 공부시켜 명문대에 합격시킨 중졸 학력의 아버지가 출연하였습니다. 재력뿐만 아니라 지력과 정보력이 있어도 보내기 힘든 명문대를 학력이 낮은 아버지가 한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보냈으니 참으로 대단한 일이지요. 프로그램의 초점이 명문대 입학 결과에 맞추어졌지만 저는 이 아버지의 얘기 중에 다른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분이 잠깐 스치듯이 지난 얘기를 한 것이지만 저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교훈이기에 오늘 소개할까 합니다. 지난 칼럼에서 창의성의 훈련 과정에 대해서 말씀 드렸습니다. 창의성은 관찰에서 시작되며 그 관찰의 결과들이 창의적 아이디어의 기초가 된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오늘은 경험에 관한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광고대행사에서 크리에이티브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 중에는 비수도권 출신들이 많습니다. 회사마다 시골출신들의 창의력 능력이 좋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말하는데, ‘봄에는 도다리와 쑥국을 먹어야 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원두막에서 잠을 자야하며 가을에는 어떤 것을 해야 한다’는 식입니다. 그들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스케치북에 그리게 한다면 아마도 100권은 금시 채울 수 있을 정도입니다. 다양한 경험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게 한다는 것은 이미 독자들도 아실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놀라운 또다른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입니다. 그들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직장생활을 합니다. 매번 다가오는 경쟁 프리젠테이션은 학생들의 시험만큼이나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회사에서 내 몸값을 해내는지, 나의 광고적 센스(sense)가 아직 쓸 만한지를 평가받는 것이기에 무척이나 민감하고 압박감을 받습니다. 과연 이러한 고도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은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까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해결하십니까?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들은 자연에서 걷거나, 등산을 하거나, 아니면 조용한 산속에서 명상을 하는 방식으로 해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위 자연과의 접촉빈도를 높이는 행동을 공통적으로 합니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은 그의 저서 생각의 탄생에서 생각하는 것은 느끼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즉, 육체적으로 불편해 질 때 우리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생각을 한다는 것입니다. 해결이 되면 몸은 편안해지겠죠. 창의성의 출발은 몸이 불편함을 느끼는 과정에서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우리 몸은 좋거나 싫을 때 느끼는 감정, 행복감이나 비애감을 느낄 때 실제로 내장의 편안함, 불편함과 연결되어 있고 내장은 다시 마음이나 근육과 연결되어 있으니 마음과 몸은 하나라고 주장합니다. 그럼 자연이 몸에 자극을 주는 것과 사람이 몸에 자극을 주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많고 다양할 까요? 간혹 우리는 아침마당 같은 프로그램에서 의사의 시한부 선고를 받아 일반 의료 치료를 중단하고 산속으로 들어가 병을 고치고 나오신 분들을 심심찮게 봅니다. 사람이 고치지 못하는 병을 자연에서 해결하는 것입니다. 앞서 설명한 명문대에 자식을 보낸 중졸 학력의 아버지도 처음에 자식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걷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공부하라는 소리도 하지 않았고, 뭐 해먹고 살려고 하니 등 타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저 말없이 전국을 구간으로 나누어서 걸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전국을 걷고 나니 아들들이 스스로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어떤 문제에 대한 도전을 받습니다. 삶에 대한 질문이나 인생에 대한 철학적 문제가 아니더라도 많은 질문을 가지고 있고 이것을 해결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쉽게 얻지는 못합니다. 일부 질문들에 대한 답은 인간관계 또는 사회의 시스템에서 해결해 주고 있습니다만 절대적 크기의 질문들에 대해서는 스스로 답을 내야 합니다. 인간의 관계나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시스템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 것입니다. 몇 년 전 교육부 장관이 학교 폭력의 근절을 위해 학교 체육시간을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전 아주 잘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그것도 대책이냐고 질책을 했습니다만 그것은 잘 모르는 분들의 주장이라 생각됩니다. 모든 학교 폭력의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여 해결 할 수 없습니다. 설사 해결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사후적인 처방에 불과한 것입니다. 교육부 장관은 아마도 학생들의 체육(전 체육이라기보다는 자연과 인간의 접촉 빈도를 높이는 것으로 봅니다)이라는 신체적 활동이 건강한 생각을 가져다주고 건강한 생각이 학교 폭력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 마치 스트레스를 받은 크리에이터들이 자연에서 걷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렇듯 우리 몸은 다양한 자극을 받고 이에 대한 반응을 하게 창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몸이 질문하는 답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질문에 맞는 다양한 자극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류가 만든 역사가 오래되었습니다만 아직도 자연의 역사에 비할 수는 없습니다. 자연이 주는 다양함, 그리고 그 다양함에서 오는 자극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자연과 몸의 접촉 빈도를 높이시기 바랍니다. 결실의 계절 가을을 산과 들로 나아가 몸으로 만끽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