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로 시작하는 카이로

Day 1 | 카이로 공항, 이집트는 공항부터 과제였다

by 저기압 청춘

밖으로 사막이 펼쳐졌다.


모래색, 하늘색, 짙은 갈색. 색이 세 개뿐인 풍경이었다. 창가 자리 K군은 기절에 가까운 상태로 자고 있었다. 깨울 생각도 못하고 한참을 그 너머 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평하고 끝이 없었다. 뭔가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 공백이 이상하게 시선을 붙잡았다.


이윽고 푸른 선이 나타났다. 수에즈 운하였다. 이집트에 다다랐다는 뜻이었다.


도착 예정 시간은 현지 시간으로 점심 무렵. 문제는 몸 상태였다. 이동이 길어질수록 사람은 점점 사람 꼴을 잃는다. 비행기 안에서 양치를 했다. 제공받은 칫솔은 굉장히 억셌다. 입안이 개운 하다기보다 얼얼했다. 살짝 피맛도 나는 것 같았다. 여행의 시작이라기엔 조금 처참했다.


1-2. 도착.JPG 도착한 카이로 국제공항. 입국장에는 막 도착한 사람들을 기다리는 이들로 분주했다.


카이로 공항은 두바이와 달랐다.


두바이가 스스로를 전시하는 도시였다면, 카이로 국제공항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조명은 충분했고 안내판도 있었지만, 어딘가 필요한 만큼만 갖춰 놓은 느낌. 과하게 보여주려 하지 않는 공간이었다.


비자 스티커를 여권에 붙이고, 입국 도장을 받고, ATM에서 이집트 파운드를 인출하고, 유심을 샀다. 이집트에 도착한 것이 아니라 들어온 것이었다.


공항 밖으로 나오자 냄새가 먼저 나를 자극했다. 사막의 먼지와 매연이 섞인 공기.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한 번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이집트가 이 공기에 먼저 적응해 보라는 과제를 건네는 것 같았다. 이집트 전반에서 느낄 수 있는 공기. 이집트의 첫인사는 후각에서부터 왔다.


2-2. 공항 바깥.JPG 공항 터미널 앞은 택시 기사들과 막 도착한 여행자들로 이미 분주했다


옆에서 택시기사는 본인의 차량을 타라고 호객행위를 하고, 많은 여행자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녀 어수선했다. 우버를 불렀다. 기사는 영어를 거의 못 했고, 어디서 타야 하는지 소통이 안 돼 터미널 근처를 한참 헤매었다. 전화기 너머로 아랍어가 빠르게 쏟아지는데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가 하나도 없었다. 뵙게 되었다. 그때 한국인 한 분이 상황을 보고 다가왔다. 아랍어로 기사에게 직접 통화를 해주셨다. 덕분에 차에 올랐다.


"아흘란." 차에 타며 인사를 건넸다. 이집트에서 '안녕하세요'정도의 인사말이다. 기사는 어디서 왔냐고 물었고, 한국이라고 하자 현대, 기아 얘기가 나왔다. 이집트 도로에 한국 차가 많다고 했다. 실제로 창밖을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처음 보는 도시 한복판에서 현대, 기아 로고를 발견하는 기분은 묘했다.




2-3 공항에서 나오며.JPG 목적지로 향하는 길. 위로는 끝없이 열린 하늘이 인상적이다


차창을 통해 느낀 카이로의 분위기는 하늘에서 강한 햇빛이 끝없이 쏟아지는데, 지상은 전혀 다른 속도로 움직였다. 중앙선도 신호도 또렷하지 않았다. 그런데 차들은 막힘없이 돌진했다. 각자의 감각으로 도로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규칙이 모호하지만 대신 속도가 있었다. 나는 뒷자리에서 조용히 잡을 것을 찾고 있었다.


도로 양쪽으로 고급 호텔들이 늘어서 있었다. 군인 막사처럼 보이는 건물도 지나쳤다. 생각했던 카이로와 달랐다. 공항에서 차를 탄 직후라 긴장하고 있었는데, 창밖은 예상보다 정돈되어 있었다. 적어도 첫인상은 내가 각오했던 것보다 단정했다.




첫 관광지는 배런 앰페인 팰리스


입구에 들어서자 오래된 트램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작동하지 않는 트램. 마치 이 도시의 시간이 어디쯤에서 멈춰 있는지 미리 보여주는 것 같았다.


건물은 예상과 달랐다. 소위 말하는 '궁전'이라는 인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굉장히 아담했다. 힌두 양식의 조각과 유럽풍 구조가 섞여 있었다. 19세기말 벨기에 사업가가 지은 건물이라고 한다. 이집트 땅 위에 벨기에 사람이 힌두 문양을 얹은 건물. 이 카이로에서는 무엇이든 쌓일 수 있었다.


실내는 안내판 위주로 구성되어 있었고, 규모도 아담했다. K군은 예상보다 볼 게 없다는 표정이었다. 나도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하지만 첫 관광지로 이곳을 선택한 것은 나쁘지 않았다. 피라미드로 직행했다면 그다음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이 건물은 카이로가 단순히 중동 문화권에만 국한되지 않다는 것을 조용히 먼저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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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오래된 트램 (우) 배런 앰페인 팰리스




저기압의 여행 수첩 ✈ — 카이로 도착 실전

카이로 공항 비자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입국장 창구에서 인당 $25를 내면 스티커를 받고, 여권에 붙여서 수속을 밟는 방식이다.

ATM 인출과 유심 구매도 공항 안에서 바로 된다.

Orange 유심은 여행 내내 잘 터졌다.

이동 수단은 우버로 시작했는데, 이후로는 인드라이브를 주로 썼다. 우버는 앱이 가격을 정하고, 인드라이브는 운전자와 흥정이 된다. 요금 차이가 꽤 난다.

이집트 관광지는 대부분 카드 결제만 되니 현금보다 카드 준비가 더 중요하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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