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 첫 식사, 그리고 알아즈하르 모스크
건물 전면 프레임 자체가 비스듬하게 설계된 구조였다. 처음에는 입구가 좀 삐딱하네 정도의 생각이었다. 아랍어 간판 아래로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Eldahan. 검색 한 번 없이 눈에 들어온 식당이었다. 배런 앰페인 팰리스를 나온 직후라 일단 허기를 잠재우는 것이 먼저였다.
식당 내부로 들어서자 현지인들이 대가족 단위로 앉아 있었다. 회식이라기보단 잔치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양고기를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난과 가지볶음이 먼저 나왔다. 이집트 음식이 입에 맞을지 확신이 없었는데, 일단 반찬부터 괜찮았다. 나쁘지 않다는 신호였다.
양고기가 나왔다. 한 점 집어 들었다. 칼이 필요 없었다. 접시가 빠르게 비워가고 있었다.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테이블로 왔다. 음식이 입에 맞냐고,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한국이라고 하자 반응이 좋았다. 잠시 후 아르바이트로 보이는 직원도 같은 질문을 들고 왔다. 두 번 대답했다. 그러다 직원 중 한 명이 사진을 찍자고 했다. 남자 여행자한테 이런 제안이 올 줄은 몰랐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찍었다. 이후에도 종종 이런 일들이 있었지만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다.
이 식당을 첫 끼로 고른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되었다. 맛있었기 때문이다. K군은 이후 어떤 식당을 가도 이 집 이야기를 꺼냈다. "첫 식당이 제일 맛있었다."는 말이 여행 내내 주기적으로 반복되었다. 일종의 후유증이었다.
비교적 정돈되어 보이는 건물들이 사라지고, 유적지와 오래된 주거지가 먼지 속에 나란히 서 있었다. 모스크가 가까워진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느 건물인지는 알 수 없었다. K군과 나는 둥근 지붕이나 첨탑처럼 보이는 건물이 나올 때마다 번갈아서 "어? 저 건물?" 하며 되물어봤다. 두세 번은 틀렸다. 칸 엘 칼릴리 바자르 앞을 지나칠 때는 소리와 냄새와 호객이 동시에 밀려왔다. 목적지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없었으면 거기서 붙잡혔을 것이다.
신발을 벗어 맡겼다. 새 신발이었다. 여행통을 안겨준 그 신발. 입구 직원이 상주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잠깐 눈길이 갔다. 맨발로 안으로 들어섰다.
모래빛 건축물이 시야 가득 펼쳐지는 순간, 걸음이 느려졌다. 모스크 내부는 고요했고, 감히 빠른 걸음으로 움직일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마침 예배 시간이기도 했다. 현지인들이 한방향을 향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나지막히 예배를 위한 말씀만 흘러나오고 있었다. 관광객인 우리는 괜히 조심스러워졌다.
예배하는 공간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같은 모양이 끝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천장도, 기둥도, 그 사이사이로 내려오는 조명의 각도까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향을 향하는 사람들. 반복이 이렇게 무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이 공간에 서기 전까지는 몰랐다. 종교인이 아닌 나로써는 이해하지 못할 생활의 방식일 것이다.
한쪽에 코란이 놓여 있었다. 아랍어는 한 글자도 몰랐지만, 책마다 표지가 조금씩 달랐다. 같은 내용인데 표지가 다 달랐다. 한참 들여다봤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 다른 방.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같은 예배가 올라가고 있었다.
무료로 나눠주는 물을 한 잔 받아 마시며 앉아 있었다. 식당의 소란도, 바자르 앞의 호객 소리도 거짓말처럼 멀었다. 카이로는 시끄러운 도시인 줄만 알았는데. 이 도시에도 고요를 보관하는 장소가 있었다.
Eldahan은 배런 앰페인 팰리스 근처의 양고기 전문 식당이다. 현지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모스크 방문 시에는 긴 바지와 어깨를 덮는 상의가 기본이고, 여성은 히잡이나 스카프가 필요할 수 있다. 입구에서 빌려주는 경우도 있다.
신발은 입구 신발장에 맡기면 되고, 직원이 상주해 있어 분실 걱정은 크지 않았다.
기도 시간에 방문하면 실제 예배 풍경을 볼 수 있는데, 조용히 관람하는 것은 허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