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 | 칸 엘 칼릴리, 그리고 계획에 없던 길
칸 엘 칼릴리 바자르로 가는 길에 관공서 건물을 지나야 했다. 군인인지 경찰인지 구분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이 가방을 검사하더니, 끝나자마자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검사와 환대가 동시에 일어나는 나라. 이 리듬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바자르 골목에 들어서자 냄새가 먼저 바뀌었다.
처음 맡아보는 담배 연기와 향신료가 만연했다. 골목 양쪽으로 가게들이 빼곡했다. 배회하며 눈만 마주쳐도 "굿 프라이스, 마이 프렌드"를 말하며 상품을 제시했다. 골목을 떠도는 상인들은 물건을 들이밀었다. 조용히 구경하는 것은 이 바자르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남대문 상가 상인의 자식이다. 시장의 소음과 호객행위는 어릴 때부터 익숙한 배경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칼릴리의 기운이 완전히 낯설지는 않았다. 다만 문법이 달랐다. 남대문 상인들이 "손님 이리와보셔요."라면, 여기는 "마이 프렌드, 굿 스터프"였다. 방식이 다를뿐, 생계를 이어가겠다는 열기는 같았다. 본 적 없는 문양의 램프, 금빛 장식품, 파피루스 그림. 물건은 달랐지만 물건을 대하는 태도는 남대문에서도 본 적 있는 것이었다.
골목 한켠에 El Fishawy라는 카페가 있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나기브 마푸즈가 이 자리에서 소설을 썼다고 한다. 지금 그 자리에서는 현지인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악기소리와 호객소리가 만연했다. 나기브 마푸즈가 여기 앉아 글을 쓰던 때와 지금 사이에 이 시끌벅적함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터이다. 아마 그때도 집중은 잘 안 됐을 것이다.
일정의 마지막은 아스완행 야간열차였다. 기자역으로 가야 했는데, 바자르 안에서는 택시를 호출할 수 없었다. 골목이 너무 좁고 사람이 너무 많았다. 지도를 보니 알모에즈 거리를 따라 걸으면 대로가 나올 것 같았다.
그렇게 계획에 없던 산책이 시작됐다.
알모에즈 거리는 바자르의 소란에서 한 발짝 빠져나온 공기를 가지고 있었다. 퀴퀴한 느낌은 여전했지만, 조금 더 천천히 걸을 수 있었다. 오래된 건물들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었고, 관광객보다 현지인의 일상이 더 돋보였다. 택시를 잡으러 가는 길이었는데 서두를 이유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거리 끝 무렵, 성벽이 나타났다. 성벽 옆으로 이름모를 모스크도 있었다. 저녁 빛이 돌 위에 내려앉고 있었다. 안내판도 없었고 관광객도 없었다. 고요한 분위기에서 기자역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은 잠깐 잊은채 쉴 수 있었다.
열차 시간이 있었기에 다시 걸었다.
칸 엘 칼릴리에서 흥정은 기본이다. 처음 부르는 가격은 실제의 2~3배가 보통이니, 반값부터 시작하면 된다.
"노 땡큐"를 밝게 말하는 연습을 미리 해두면 편하다.
El Fishawy 카페는 분위기를 즐기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