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0 | 두바이 공항, 아직 이집트는 시작도 안 했다.
새벽 네 시의 공항은 조용해야 정상이다.
내가 경험했던 공항들은 그래왔다. 하지만 두바이 국제공항은 그러지 않았다.
환승 게이트로 이어지는 통로에 사람이 넘쳤다. 히잡을 두른 여성 옆으로 반바지 차림의 여행자가 지나쳤다. 누군가는 이제 막 도착했고, 누군가는 곧 떠났다. 이 공항에 '조용한 시간'이라는 개념은 없는 듯했다. 탑승권에는 인천-두바이-카이로라고 적혀 있었다. 목적지는 카이로인데, 몸이 먼저 반응한 곳은 이곳 '두바이 국제공항' 여기였다.
시작은 사막이었다.
영화에서 봤고, 예능에서도 봤다. 인공물 하나 없는 그 풍경이 어릴 때부터 어딘가를 건드렸다. 사막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이집트가 따라왔다. 출퇴근에 지쳐 있던 어느 저녁, 평소 장난처럼 어렵고 가기 힘든 여행지만 입에 올리던 친구 K군에게 물었다.
"야, 우리 이집트 여행 진짜로 실행할까?"
K군은 망설임 없이 답장했다.
'저는 가면 가요 형님'
이 말이 나오면 보통 정말로 가게 된다. 거의 10년에 가까운 우정 안에서, 일정은 내가 수립하고, 예산은 K군이 잡는다는 암묵적인 분담이 생겨 있었다. 추진했던 속도만큼이나 계획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두바이 공항에 서 있었다.
K군과 나는 두바이의 물가를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맥도널드로 향했다. 세계 어디에나 있는 장소. 빅맥 세트 AED 36. 머릿속에서 빠르게 계산이 돌아갔다. 한화로 약 13,000원. 대한민국의 거의 두 배다. 두바이는 저렴하게 보이길 원하지 않는 도시였다.
통로마다 롤렉스 시계가 걸려 있었다. 면세점보다 명품 매장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공항. 크고, 밝고, 비쌌다. 그 사실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K군 덕분에 픽스 초콜릿 팝업도 들렀다. 마침 공항에서 열리고 있었다. 한국에서 화제가 됐던 그 두바이 초콜릿이었다. 속에 든 카다이프가 피로한 몸에 빠른 속도로 당을 밀어 넣었다. 한국에서 먹었던 것보다 속이 훨씬 알찼다. 과하게 달지도 않았다. 공항 환승 음식으로는 과분했다.
그때 발뒤꿈치가 아파왔다.
여행을 위해 새로 산 신발이었다. 아직 내 발의 리듬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살짝 피가 배어 있었다. 반창고를 사러 공항 약국에 들렀다. 트래블카드, 달러, 원화. 하나씩 시도했다. 반창고 하나에 꽤나 오래 걸렸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조급해지지 않았다.
반창고를 붙이고 일어서는데, 발이 바닥을 딛는 감각이 달라져 있었다.
나는 이것을 '여행통'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잠깐의 당 충전과 응급처치를 마치고 다시 비행기에 올랐다. 카이로행이었다. 이미 하루가 다 지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집트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창밖은 어두웠다. 눈을 감았다. 발뒤꿈치가 묵직했다.
두바이 국제공항은 유럽·아프리카·중동을 잇는 환승 허브다. 새벽에도 사람이 끊이지 않고, 환승만으로도 중동 문화권에 발을 들였다는 감각이 선명하게 온다. 물가 감각은 빅맥 세트 하나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