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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람바 Mar 07. 2024

눈치 보는 것과 배려하는 것은 다르다.

얼마 전 유튜브 숏츠를 넘기다가 한 정신과 의사가 라이오스타에서 한 말이 내게 인상 깊게 남았다. 그것은 눈치를 보는 것과 배려는 다르다는 것이다. 눈치 보는 것은 저 사람이 날 싫어하면 어떡하지? 가 깔려있고 배려는 나는 지금 이 사람한테 무엇인가 해줄 수 있는 사람이야가 전제라고 말이다. 그렇게 나는 눈치를 보는 사람인지 배려하는 사람인지 생각해 보니 눈치를 많이 보고 있었다.


지인들과 여행을 다녀온 지 한 달도 안 됐을 때 얘기다 나는 당장 이 가까운 시일 내에 있었던 사람들과에 시간들 속에서도 내가 눈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를 포함한 7명 정도 해서 일본을 갔다. 그곳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밥도 먹고 숙소에서 이야기도 나누고 남들이 생각하는 여행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여행. 그러나 나한테 이 여행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루하루 한 사람씩 계획을 짜서 가이드형식으로 돌아다녔고 나는 남들과 다르게 유독 하루를 끝낼 때쯤 나는 많이 지쳐있었다. 발목이 아팠던 게 아닌 걸 보면 통풍 때문은 아닌 거 같고 지나고 생각해 보니 같이 다닌 사람들이 내가 짠 계획이 마음에 안 들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과 사소하게는 내 말과 행동조차도 싫어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무의식 중에 계속했던 거 같다.


이것 말고도 타인과 함께 있는 순간들은 이 생각들이 전제로 깔려 나를 갉아먹고 있던 거 같다. 이렇게 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학창 시절부터 계속된 거 같았다. 가볍게는 초등학교 비만이던 나를 놀리던 친구들, 중고등학교 자학개그를 하며 관심을 받던 순간들, 20살 사회생활을 하며 남들 앞에서 굽신거리던 날들과 그것이 겸손이고 예의인 줄 알고 입대했던 군생활까지 뭐 하나 스스로 잘났다 느껴본 건 없고 미움받기 싫어서 발버둥 친 거밖에 없었다. 그렇게 사랑받으려 애쓰던 순간들이 갑자기 너무 회의적이고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을 그칠 수 없었다.


그건 나보다 3살 정도 많은 형이 해준 얘기 덕분인데 그 사람은 남들이 봤을 때 흔히 '너드남'이라고 불린 남자다. 차은우 같은 사람한테 안경만 씌운 그런 이미지가 아닌 정말 '너드'였다 그도 그걸 인정했으니 너드가 맞다. 상황에 맞는 말이 아닌 사실만을 말하는 남자였는데 그 사람이 나한테 한 말이 '너는 너무 자기 비하를 많이 한다 내가 그렇게 얘기하면 넌 나를 어떻게 보겠냐'라고 말했다. 그 말이 나한테 왜인지 너무나 깊게 와닿았다. 정말 사실만을 말하는 사람한테 나서? 아님 그 형이 너드남이라? 형 말처럼 내가 남들 앞에서 '저는 못생겼어요.', '저는 약은 사람입니다.', '저는 이기적이에요' 같은 말들을 뱉는다면 누가 나를 좋게 볼까. 반대로 남들이 그렇게 나를 판단하고 말하게 해서도 안된다는 걸 저 형보고 깨달았다. 나도 무의식 중에 조금은 저 형을 그렇게 보고 있었던 것이다 남들이 하는 말을 가지고 말이다. 지금은 저 형이 얼마나 섬세하고 재밌는 사람인지 알고 나서부터는 의식적으로라도 그렇게 안 보려 한다 그런데 가까워지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을 남들은 '너드'에서 그친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에 집착하고 남들이 '너드'처럼 볼까 봐 늘 발버둥 쳤다.


모순적이게도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발버둥 칠 때마다 나는 나를 '너드'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지금처럼 배려심 있는 사람이 아닌 눈치 보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내가 평생동안 할 수 없는 게 있다면 남들이 모두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책에서, 미디어에서 자주 언급하던 얘기지만 이걸 몸소 깨달을 수 있었던 건 한 너드남에 말덕분이다. 그렇다고 사람이 바로 저런 생각들을 지우고 살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남들이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하고 불안해하고 자기 비하를 겸손으로 알며 입 밖에 뱉기보다는 의식적으로 내가 남들한테 해줄 수 있는 걸 찾으려 한다. 그렇게 남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걸 찾을 때마다 그것은 내 장점이 되고 그렇게 내 장점들을 채워나간다. 


ps.  안녕하세요 작가 람바입니다. 저를 작가라 칭하고 이렇게 추신으로 쓰는 건 유명하신 분들만 하던데 이제는 눈치 보려 하지 않고 글을 쓰려고 이렇게 몇 자 끄적여 봅니다. 한 달 동안 글을 못썼습니다. 바빠서 글을 못썼다는 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고 자신이 없었습니다. 지금 감사하게도 열 분 정도 저를 구독해 주시고 20개가 넘게 좋아요를 눌러주신 분들이 저한테는 너무 크고 귀하며 감사하기에 사실 그분들께서 읽어주실지는 모르지만 그분들을 위해 이렇게 남깁니다.  어쩌면 저도 여러분들께 나만 알던 작가였는데 하는 그런 꿈을 굽니다만... 사설을 이쯤 하고 이런 고마운 분들이 생겼기에 글이 볼품없다 생각 들면 시작조차 하기를 겁내서 못써왔습니다. 근데 이제는 오늘 쓴 글처럼 눈치 보지 않을 거고 제 글을 보러 오시는 분들이 어떤 유명한 작가님의 에세이를 보러 오는 것이 아닌 어쩌면 날 것 그대로에 무엇인가를 흥미 있게 보시고 오는 게 아닐지 생각이 들어 그 뒤로는 글을 쓸 때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그 감사함와 반성을 담아 추신 남겨드리며 앞으로도 계속 글을 발행할 것이고 쓸 때마다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항상 긴 글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며 누군가에게는 좋은 아침 누군가에게는 좋은 저녁과 밤이 되기를 바라며 글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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