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여러 감정 중에 하나는 다정함이다. 다정한 사람이 있다. 오늘 아침도 여김없이 나는 제리와 공원을 향한다. 어느덧 9시만 넘으면 덥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뜨겁다. 나름 부지런하다고 생각하면서 집을 나오지만 제리와 시원하게 걸을 수 있는 시간은 30분 정도이다. 9시전에 도착해서 어느정도 걷다가 덥다라는 생각이 들 때 저 멀리에서 친구가 제리야 하면서 뛰어 나온다. 그녀는 아침부터 부지런하게도 블루베리와 코코넛워터를 함께 갈아만든 신선한 주스를 나에게 선물로 준다. 다정한 사람을 알아보는 놀라운 재주를 갖고 있는 우리집 하리보제리는 꼬리를 흔들며 그녀를 반긴다. 오늘 하루도 특히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을 이렇게 따뜻하고 기분좋게 시작하니 이번주도 기대가 된다.
함께 이야기를 하며 주스를 마시다가 그녀는 무언가를 정리하기 시작하고 나는 유시민의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를 읽는다. 너무나도 미디어를 사랑하는 내가 '선재업고를 튀어'를 보고 양자역학에 푹 빠져서 요즘 이해도 안되는 과학 이야기에 푹 빠져있다. 그러다가 선택한 책이 유시민의 책이다. 과학책임이 분명한데 인문학 요소가 많으니. 이 책에서 난 다정함, 친절함을 발견하게 된다. 요즘 내가 주변사람에게서 가장 많이 받고 싶은 에너지여서일까.
┌ 우리가 햇볕이 따스하다고 느끼는 것은 빛 자체가 따뜻해서가 아니라 빛이 공기를 데우고 우리가 따뜻해진 공기와 접촉하기 때문이다. 진공에서도 '빛의 속도'로 달리는 빛은 어떤 대상을 만나면 자신의 에너지를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덜어준다. 이 현상을 우리는 복사Radiation라고 한다. <문과남자의 과학공부 by 유시민> ┘
나는 빛이란 단어를 참 좋아하고, 빛의 속도로 달리는 빛이 아무 대가없이 자신의 에너지를 던져주는 빛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내가 누구냐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나는 주변에 아무 대가없이 빛을 주는 존재가 되고싶다라고 얘기하고 싶다.
오늘부터 고유님과 함께 작품보고 글쓰기를 시작한다. 오늘 고유님이 보여준 작품은 네온 옐로우 컬러와 목탄을 사용한 블랙의 대비가 극적으로 어우러지 튤립 두송이이다. 오늘 나의 기분과 어울리는 정말 선물같은 그림이었다. 그리고 예전에 캘리 같이 배웠던 정선언니 소개로 이번주부터 어반스케치를 하기로 했다. 솔직히 어반스케치는 하고 싶다였지 자신이 없었는데 고유님과의 미술작품 보는 시간과 어반스케치를 같은 주에 시작하게 된 것이 뜻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과연 기대되는 시작일 수 있을 지 버거운 시작일 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 시작은 다정함과 빛이 가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