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못한 씁쓸함

마음 차가운 사람들

by 혜복

음식점을 하다 보면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12시)의 딜레마에 빠질 때가 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그들 중에는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할까 싶어 예약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좌석은 한정되어 있는데 대부분 열두 시에 몰리니 식사하는 입장에서는 조용한 식사가 어렵고 업장의 입장에서도 몰려드는 분주함에 허덕이다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점심시간이 끝나면 텅텅 빌 게 뻔한데도 그 순간 자리가 없어 손님을 되돌려 보낼 때가 있다.


며칠 전 일인데 좀처럼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갑자기 날씨가 선선해진 탓인지 예약도 없던 손님들이 한꺼번에 밀렸다. 5명의 손님이 오시겠다고 전화가 왔는데 테이블이 부족해서 빈자리가 나길 기다리든가, 아니면 4인석에 의자 하나를 끼워 앉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들은 의자 하나를 가져다 5명이 한 테이블에 앉았다. 서빙을 하며 간간히 들은 얘기를 짐작해 보면 그들 다섯 명은 흔히 말하는 그럴듯한 직종에 근무하는 이들 같았다. 내 기억력이 백 프로 옳지는 않겠지만 모두 낯이 선 게 처음 방문한 사람들 같았다. 옷도 그렇고 행동거지가 약간은 나를 주눅 들게 했기에 뭐라도 쏟을까 더욱 조심스러웠다. 그분들만 손님이 아님에도 다른 손님들보다 더 대접받고 싶어 하는 느낌이 내겐 미묘하게 전해졌다. 남들은 벌떡 일어나 앞치마 정도는 가지고 오는데 다섯 명 중 한 사람도 그러는 사람이 없었고 나더러 가져다 달라고 했다. 처음 오셨으니 그럴 수 있다고 충분히 이해했다.


여기저기 테이블에서 음식이 끓다 보니 실내 온도가 올랐고 에어컨괴 서큘레이터는 있는 힘을 다해 열일을 해야만 했다. 자리가 좁아서 불편할까 봐 신경이 쓰였지만 달리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러다가 얼마의 시간이 지나 또 다른 다섯 명 일행이 방문했고 빈 테이블이 하나 밖에 안 났던 처지라 조금 기다리셔야 된다고 했다. 나중에 온 다섯 명도 끼여 앉아 먹겠다고 했다. 그들 역시 비좁게 식사를 했는데 내 입장을 이해해 주는 것 같아서 고마웠다.


먼저 들어온 다섯 명의 일행과 나중의 다섯 명이 주문한 메뉴는 동일했는데 뒷모습에서 전해지는 건 천지차이였다. 나는 처음의 5명이 나갈 때서야 다른 사람들과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그들이 먹고 자리를 뜰 때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감사합니다. 하며 인사를 했는데 다섯 명의 입에서는 아무도 인사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이었을까 아직도 나는 궁금하고 씁쓸하다. 반면 나중의 다섯 명을 비롯한 다른 손님들 중 대부분은 잘 먹었다든가 안녕히 계시라든가 하는 인사를 주시고 가신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야 어떻게 다섯 명 중에 인사를 받는 사람이 하나도 없냐? 허허 참."

대충 정리를 마치고 남편이 중얼거린다. 요즘 학생들을 보면 음식점에서의 예절이 우리 때에 비해 정말 나무랄 데 없다. 물컵만 갖다 줘도 '감사합니다.' 김치를 올려놔도 '감사합니다.' 나갈 때면 '잘 먹었습니다.' 한다. 그만큼 에티켓이 생활화되었다. 과한 예의도 편하지만은 않지만 기껏 인사하는 사람 말을 못 들은 척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일까?

내가 씁쓸했던 이유는 그들이 어떤 자리, 높은 지위에 있든 아니든 간에 내가 그들의 아랫직원은 아님에도 더 나은 대접을 바랐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탓이다. 부디 그게 아니길 바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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