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계절

남겨진 기분

by 혜복

가슴속 저 아래로 쿵하고 뭔가가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를 올 들어 몇 차례 경험했다.


친구는 나보다 훨씬 먼저 외식업을 시작했고 두부 사장님은 나보다 조금 늦게 시작하셨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출발했거나 소개받은 거래처 사람들과도 나는 함께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불쑥 찾아온 코로나 위기를 같이 견디면서도 그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 힘들면 힘이 든 대로,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동지의식, 동병상련의 절실함을 그들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았고, 나 역시 그들이 어떤 심정인지 너무나 잘 알았다.

내가 웃어야 그들도 웃고 그들이 웃어야 나도 웃는 도미노 같은 관계가 몇 년간 지속되었다. 어쩌면 서로의 고통을 가족보다 더 잘 아는 사이다 보니 어느새 많이 의지했었다. 내가 잘 되면 A에게도 도움이 되고, B가 잘 되면 나도 좋아지리라는 희망으로 터널 같은 시기를 서서히 지났다.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만 통하는 어려움을 공감하며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같이 나누다 보면 살얼음 같은 시기에도 간혹 웃을 수 있었는데...

겉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버티자고, 마음속으로는 매일 어깨동무를 하고 손을 잡아주고 기대고 하는 심정이었다. 수시로 간판이 바뀌는 골목 상가를 보면서, 임대문의라고 적힌 을씨년스러운 현수막을 볼 때마다 착잡하고 속상했는데 요 몇 달 사이로 불현듯 혼자가 된 느낌이다.


식당일에 대해 잘 모르던 나에게 늘 구세주였던 친구가 폐업을 결정하고 그게 현실이 된 날 온몸에 힘이 풀렸다. 부부 둘이 운영하던 식당이 어려워지며 친구 남편은 지난겨울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월세에, 밀리는 전기요금과 외상대금에 치이던 친구가 이 힘든 영역에서 벗어나게 되었는데 축하를 해줘야 함이 마땅하건만, 이기적 이게도 나는 한쪽 날개를 잃은 심정이었다. 고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바로 형성되던 대상을 이제는 찾기 힘들 것임을 알기에 지독히도 외로웠다. 더 슬픈 건 그만두는 그가 한편으론 너무 부러운 것이다.


오십이 훌쩍 넘어선 나이라 받아주는 곳도 없다고 친구는 말하고 또 그게 현실이다. 십여 년 출근하던 가게를 이제는 가지 않아도, 가면 안 되는 된 상황 속에서 그는 또 어떤 시작을 할까. 몇 달이라도 쉬라고 했는데 그 말이 친구에게 위로가 될 것 같진 않았다. 많이 많이 서운한 건 내 사정이고 착한 그 친구가 무엇을 하든 응원하는 마음이다.

무인도에 홀로 남겨진 심정을 간신히 여미며 더 단단해지려는 찰나 두부 사장님이 오셨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작별인사였다.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말씀에 나는 다시 또 허청거려야 했다. 새벽이건 아침이건 가리지 않고 도움을 주시던 성실한 분을 이젠 뵐 수가 없다니. 모두가 잘 되어야 나도 잘 되는 것인데, 주변에 그만두는 이야기에 나는 덜컹 가슴이 내려앉는다.


푹푹 찌는 한여름은 불경기만큼이나 헛헛한 상실의 계절이었다. 나는 아직도 이별에 어설퍼 가슴속 한기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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