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밑에 숨겨진 비밀

by 해윤이

코로나 19가 많은 것을 바라보게 합니다..

내 기억에 두 개의 책상 밑에 아이들이 직직 그어놓은 낙서가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바쁘다 보니 그 낙서를 잊고 있었는데, 요즘은 코로나 2,5단계로 아이들이 쉬고 있고 맞벌이하시는 부모님들 중에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 몇 명만 나오다 보니 아이들과 이야기할 시간이 많아졌고 그러다 보니 궁금했던 것들을 많이 묻곤 합니다.

한 학생이 선생님 책상 밑에 누가 낙서해놓은 거 보셨어요 하고 묻기에 오래전에 한번 청소하다 본 것 같다. 공부하기 힘들어하던 언니, 오빠가 그런 것 같아 하고 대답했습니다.

책상 밑 낙서 속에는 좋아하는 친구의 이름도 있네요.


책상 밑에 책을 넣어두는 바구니가 있으면 청소하기 불편해서 상판만 있는 책상을 사용하다 보니 아이들이 손을 아래로 넣고 연필이나 색연필로 낙서를 합니다.

제가 제일 처음에 발견한 낙서를 보며 그 아이를 더 끌어안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낙서입니다.

"저 공부하기 싫어요."

"오늘은 요기까지만 할래요."

흔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학습부진아입니다.

그 아이의 표정을 보면 손은 책상 밑에 있지만 뭔가를 생각하며 나름대로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이 참으며 그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붙일 때까지 하고 싶은 양만큼만 하고 돌려보냈습니다.

그럴 때 아이는 만족한 표정을 하고 집으로 갑니다. 아마도 선생님이 내 말을 잘 들어준다는 자신감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성향을 모르는 부모님께서 는 성적이 안 오른다고 걱정을 하십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그 아이는 요기까지만 할래요가 아니라 주워진 양을 다하고 저 조금 더하고 싶어요로 말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그만 하라고 해도 그 아이는 한 문제 두 문제 조금씩 늘려가더니 중간고사에서 국어, 수학시험을 90점 받았습니다. 그 아이는 그렇게 점점 좋은 점수를 받게 되면서 책상 밑으로 손을 내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책상 밑을 자세히 보니 숫자 중 9자가 많네요.


그리고 또 다른 아이는 한글이 늦된 아이입니다. 수리적인 머리는 좋은듯한데 한글을 못 읽고 쓰니까 문제 풀이가 잘 되지를 않고 집에서 엄마가 자기를 죽일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하던 아이였습니다. (아이의 그런 엄청난 거짓말도 그러냐고 이렇게 착한 아들을 왜 죽이려 할까 하면 아이는 그러게 말이에요 하면서 자기 말을 들어주는 저를 재밌어하곤 합니다) 그 아이는 공부하는 게 두렵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책상 밑에 아이들에게 위로를 주는 비밀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힘들어하던 아이들 중에 한참 골똘히 생각하면서 책상 밑에 손을 내리고 뭔가를 조용히 그려나가다 어느 순간에 평정을 찾는 것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 아이는 총을 좋아하고 많이 모으는 편인데 엄마가 자기를 해치려 하면 쏘려고 한다고 ( 그래서 그 아이와 절친인 아이한테 물어봤더니 엄마는 아이한테 정말 잘해주신다고 하며 아마 뻥일 거예요 한다)하던 아이가 한글을 깨치고 나니 수학이 재미있고, 힘들었던 구구단의 체계를 이해하더니 어느 순간 자기 반에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변하고 고학년이 되어 즐겁게 공부하는 모습에서는 아마도 책상 밑에 아이들만이 알 수 있는 비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책상 밑 낙서의 비밀을 깨끗이 지웠습니다.

코로나 19가 가져온 여유로운 시간 덕분에 책상 밑을 바라보고 사진도 찍고, 그 비밀들을 깨끗이 지우고 새롭게 그려질 비밀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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