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의 대화

6. 호사를 누리는 기쁨

by 해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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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화성행궁 야간개장 (달빛 정담)에 가기로 한 날이다.

달빛 정담은 화성행궁 측에서 내건 슬로건이다.

지난여름부터 행궁 뒷산에 청사초롱을 매어달았다.

아들은 어젯밤에 처음 발견하고 가자고 했다.

아들이 어렸을 때 화성행궁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나는 딸과 아들을 데리고 복원하는 곳과 가까운 곳에서

전기톱으로 목제를 자르고, 전기 대패로 목재를 다듬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서 자주 가곤 했었다.

남편의 회사일로 지방에 3년 다녀온 사이

행궁이 거의 다 지어져 있었다.

그때는 입장료를 받지 않았고 행궁 뒤뜰은 잘 만들어놓은 마당 같아서

아이들이 놀기에 좋은 장소여서 자주 가서 놀았다.

행궁이 다 지어지고 그곳에서 혜경궁 홍 씨의 회갑연이 열리고

행궁 마당에서 우리 아이들이 무예 24기를 배웠었다.

P20201003_014007021_5CD55043-F97B-4A11-BF49-17A06247D7C4.JPG 무예 24기 수업 중

"엄마 무예 24기 배울 때 받아온 목검 지금도 있어요"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는 말에 아들은 흐뭇해한다.

그 목검은 무예 24기를 배우는 아이들 중에서

결석이 없고 잘하는 아이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나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하여 직장을 그만둔 전업주부였다.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 것 중에 하나는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었다.

늘 아이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추억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과 지금도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세월이 많이 흘러 아들이 성인이 되었다.

표를 끊어서 내고 안으로 들어가니 불빛이 대낮같이 밝았다.

행궁 마당 한편에는 커다란 보름달이 내려앉아 사람들이 줄 서서 사진을 찍고 있다.

P20201002_211831473_34835E4E-48C7-44B5-AECA-D853B3C063D5.JPG 혜경궁 홍 씨 회갑연이 열렸던 봉수당

우리는 봉수당 뒷마당으로 나가서 행궁 뒷산을 보니

청사초롱이 아름답게 내걸려 있었다.

청사초롱을 따라 걷다 보니 조명으로 땅 위에 아름다운 나비 문향을 비추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아들과 각자의 옛 추억을 이야기했다.

남편은 지금은 너무 인의적으로 꾸며놔서 과거 화성행궁이 복원되기 전의 모습이

더 아름다웠던 것 같다고 한다.

복원되기 전 화령전 주변의 모습들도 이야기하며 미로를 따라 걷다가

P20201002_211404707_CD3A5E47-ADF1-4774-A0F2-B77E550EEECF.JPG 신풍초 담을 허문 자리에 청사초롱이 걸려 있다. 신풍초와 낙남현은 담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

낙남헌 쪽으로 걸어오며 벽에 걸려있는 청사초롱을 보며

아들이 다니던 신풍초등학교가 헐리고 복원사업 중임을 가리기 위해

청사초롱으로 설치한 것을 보고 초등 6년간의 추억을 가리어진 것 같아

아들의 마음이 썰렁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생이어서 잠시 쉬려고 나왔지만

이번 추석명절은 우리 부부가 아들과 손잡고 걷는 호사를 마음껏 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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