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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Nov 16. 2020

아들과의 대화

7. 나를 궁지에 몰다.

"엄마, 외할머니랑 저 중에 한 명을 선택하라고 하면 엄마는 누구를 선택할 거예요?”

순간 나는 대답을 못했다.

아들과 나는 눈을 마주 보고 있었다.

"저는 아니네요."

아들과 짧고 긴 눈 맞춤 속에서 나는 웬 뚱딴지같은 말을 하고 있나를 생각했다. 내가 이해를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한번 물어본다.

"엄마, 만약 저승에 가서 외할머니하고 저 중에 한 명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누구를 선택할 거냐고요?"

나의 엄마는 나와 너무 잘 맞는 모녀였다.

아들과 나도 잘 맞는 모자지간이다.

그런데 아들이 옆에 있다고 해서 아들 편을 들을 수도 없었던 것은 그 짧은 순간에 엄마가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이다음에 우리가 또 태어날 수 있다면 우리 바꿔서 태어났으면 좋겠다. 내가 너의 딸로 그리고 네가 나의 엄마로, 그래서 우리 한번 멋지게 또 살아보고 싶다." 나는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고 엄마가 내 곁을 떠나는 순간까지 깊은 사랑을 주고받았던 것 같다.

엄마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세명(엄마, 친구, 선생님)의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것 같은 허전함에 한참 힘들었던 기억이 났다.

아들은 서운한 눈빛을 보냈다.

그런데 내 눈에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이 나오고 있었다. 그것을 감추려고 얼른 둘러대듯  나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나한테 가끔 화도 내지만 나는 외할머니한테 한 번도 화를 낸 기억이 없단다.

아들은 그래도 서운한 것 같다.

그래서 그것을 왜 물어봤느냐고 물어봤더니 그냥 물어봤다고 한다.

만약 나에게 너와 외할머니 중 한 명만 선택해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해도 나는 가슴이 너무 아플 것 같다.

다음에는 이런 어려운 질문으로 엄마를 궁지에 몰아넣지 말아라 하고 끝을 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누구를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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