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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Nov 28. 2020

보조 교사

 초등 2학년 남학생이 들어온 지 1달쯤 되어서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한다. 무슨 말인지 해보라고 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저 여기에서 보조 교사하고 싶어요." 한다.  그래서  그래, 열심히 공부해서 보조 교사해라. 하고 일주일쯤 지난 후에 내가 다시 물어봤다." 너 아직도 우리 공부방에서 보조 교사하고 싶어?" 하고 물어봤더니 그렇다고 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어?" 하고 물어봤다.

1, 산에 데리고 가서 놀아서 좋다.

2. 공부를 잘 가르친다.

3. 화를 안 낸다.

여기까지 말하고 "선생님 저는 여기가 그냥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 2년이나 다닌 학원은 공부를 잘 안 가르쳐줬느냐고, 아이의 말은 정확했다. 다 못하면 내일 이어서 하자. 하고 집으로 보내고 내일도 똑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이 학생은 먼저 다닌 친구의 소개로 들어왔다. 상담 오신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담임 선생님께서 이 아이 학원에 왜 보내시냐고 제가 방과 후에 데리고 있겠다고 하셨다니 지난번 학원에서 어떻게 가르쳤는지 안 봐도 눈에 선하다. 학원을 운영한다는 것은 아이들을 가르치며 돈을 벌겠다는 것인데, 아이를 가르친다는 것은 아이의 미래를 담보로 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생각하는 사람이다. 오늘보다 내일 조금씩 학습량과 성적이 좋아져야지 공부하는 아이도 좋고 가르치는 선생님도 보람을 느끼고 돈 대주는 부모님도 뿌듯한 마음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개구쟁이로는 첫 번째였는데 나와 공부하면서 이젠 개구쟁이 아니라고 본인이 말하니 이 아이를 가르치던 선생님들께서 짜증이 났을 만도 하다.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고 장난꾸러기, 학습부진아, 학습태도 안 좋은 아이로만 보면 짜증 나고 화를 내야 하는 것이다. 첫날은 얌전했지만 둘째 날부터는 어디에서나 했던 태도를 슬그머니 내 보이며 장난을 치려는 것을 도로 집어넣게 하는 방법은 그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접해주는 것이다. 나는 장난을 치거나 태도가 안 좋으면 자세를 바로 잡게 하면서 훌륭하게 될 사람은 자세가 반듯해야 한다 하면서 의자에 바로 앉게 한다. 그러면 그 아이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아마도 순간 자기가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무엇보다도 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산에 데리고 가서 숲에서 마음껏 뛰고 놀게 해서일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것 중에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자연에서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위적인 행복이 아니라 자연에서 주는 즐거움과 아름다음에서 행복함을 느껴야 한다. 학교 교실이나 학원에서는 아이들이 답답하고 지루해서 학습에 흥미를 못 느끼지만 자연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기쁨을 가슴 가득 담아 돌아오면 공부가 더 재미있고 효율성이 높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어울리다 보면 그 아이의 본성을 알게 되고 그 아이가 착하게 잘 자라고 있는지 이기적인지 보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알아가는데 좋은 장소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보조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재미없었던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의 눈빛을 보면서 나는 행복한 미소를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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