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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Dec 04. 2020

아이에게 경제적 사고가 필요한 순간

이자가 뭔데요?

"선생님 저 기분이 나빴어요." J는 무엇인지 빨리 말하고 싶어 했지만 나는 열부터 재고 명부에 쓴 다음 자리에 앉게 했다. 4명의 꼬마들은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기라도 하려는 듯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서로 말을 하려고 한다. 나는 처음에 말을 한 아이에게 이야기해 보라고 했다.

"선생님 어제 제가 2,000원이 있었고 C는 1,000원이 있었어요. 그런데 C가 내일 1,000원 줄게 우리 떡볶이 먹자 그러고 1,000원으로는 뽑기를 했어요. 그런데 오늘 2,000원을 가지고 와서 저한테 1,000원을 안주는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는 C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C는 2,000원으로 친구들에게 떡꼬치를 사주려고 했는데 1,000원을 주면 떡꼬치가 500원씩이라서 4명이 먹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너희들 신용이란 말 들어봤니?" 하고 물어봤다. 그런데 한 아이가 신용카드는 들어봤는데 신용이라는 말은 못 들어봤다고 한다. 그러면 신용카드가 무엇인가 알려주기로 했다. 신용카드는 일정기간 신용카드회사에서 사용해도 된다는 금액만큼 물건을 사거나 돈을 빌려 쓸 수 있는 것인데 그 돈을 갚아야 되는 날이 정해져 있어, 그런데 그날 돈을 다 갚지 못하면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하는 거야. 그때 또 한 아이가 "이자가 뭔데요?" 하고 물어봐서 이번에는 이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이자가 뭐냐 하면 남에게 돈을 빌려 쓴 대가로 내는 일정 비율의 돈이야 만약 신용카드대금을 내야 하는 날 내면 이자를 안 내지만 신용카드대금을 못 내면 신용카드회사에서 원하는 만큼의 이자를 내야 하는 거야. 이렇게 말을 해주니까 아이들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C가 친구들 떡꼬치 사주고 싶은 마음은 예쁜데 어제 J에게 빌린 돈을 먼저 주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오늘 돈을 안 주고 떡꼬치를 사 먹는다면 J는 기분이 나쁘고 너를 신용 없는 아이로 알게 되고 너에게 앞으로 돈을 빌려주지 않게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하고 싶으냐고 물어봤다. C는 "J에게도 떡꼬치를 사줄 거예요." 하니까 J가 "나는 떡꼬치 안 먹고 싶어."라고 말을 했다. C와 J는 팽팽하게 맞서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래서 C가 J에게 1,000원을 먼저 주는 것이 순서인 것 같다. 그러면 J도 1,000원이 있으니까 J가 함께 떡꼬치를 사면  4명이 함께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했더니 C가 J에게 1,000원을 주었다.


C가 오늘 J에게 돈을 갚은 것은 굉장한 용기이고 칭찬받아야 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돈을 빌려서 즐겁게 사용하지만 갚을 때는 어른들도 힘들어하는 것이거든, 그래서 이런 속담이 생겨났지. '앉아주고 서서 받는다'이 말은 빌려주기는 쉬우나 돌려받기는 어렵다는 말이야. 앞으로는 돈을 빌리지도 말고 빌려주지도 안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 어제 C가 돈을 빌려서 뽑기 할 때는 기분이 좋았지만 오늘 돈을 갚으려니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 하고 물어봤더니 C는 쑥스러운 듯 웃는다. 너희들은 부모님들께서 용돈으로 주는 돈인데 절약해서 사용하면 돈을 빌리지 않아도 될 거야. 다음에 용돈을 절약하는 방법 알려줄게 했더니 아이들은 좋아한다.


아직 신용이 무엇인지 이자가 무엇인지 모르는 어린아이들이지만 돈을 빌려가고 갚지 않는 것에 대해서 기분이 나쁜 것은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아이가 돈을 빌려가고 갚지 않는 아이라는 것도 기억을 하게 될 것이다. 오늘 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 4명의 어린이들은 앞으로도 신용이 무엇이고 돈을 꾸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 기억할 것이다. 경제공부는 어렵고 딱딱한 것이지만 아이들이 돈을 빌리고 갚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에 대하여 알려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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