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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Mar 15. 2021

주몽학교

천사들이모여 사는 곳

어제 브런치 작가님 글을 읽다 오래전 특수학교인 주몽학교에 봉사활동을 다닌 기억이 났습니다. 그곳의 아이들은 뇌성마비 환자들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처음 그곳에 갔을 때 목욕봉사와 점심 봉사 그리고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목욕을 하는 시간은 그곳에서 근무하시는 분이 아이들을 씻기면 우리들은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고 옷을 입는 것을 도와주고 목욕이 끝나면 아이들과 놀아주는 일이었습니다. 그곳 환경은 참 좋았습니다. 햇볕이 잘 들어오는 밝은 창이 있는 방이 참 깨끗했습니다. 그곳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곳에도 유난히 예쁜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성격이 까다로웠는데 그곳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예쁘게 생겨서 많은 사람들이 그 아이에게 관심을 먼저 주기 때문에 아이 성격이 나빠졌다고 합니다. 그곳에 있는 아이들은 얼굴이 교정이 되면 팔이 비틀어지고 팔이 교정이 되면 다리가 비틀어지기 때문에 치료를 해도 별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중에 한 아이는 다리만 마비인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말도 또박또박 잘하는 아이였습니다. 여기 봉사 오는 사람들은 다 잘 걸어 다니는데 학교 밖으로 나가면 모두 정상인 사람만 있느냐고 물어봐서 제가 움찔하며 대답하기가 곤란했던 기억이 납니다.


점심식사 봉사 시간에는 한 테이블에 6명 정도 앉았던 것 같은데 두 명이 식사 도우미를 하는데 아이가 스스로 먹을 수 있게 바라만 보라고 해서 옆에 앉아서 보고 있는데 어떤 아이는 국을 떠서 수저를 입으로 가져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귀나 볼에 수저가 부딪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너무 아팠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며 서로 즐겁게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때론 밥그릇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를  처음 데리고 간 봉사자가 점심 도시락을 싸와서 함께 먹으려고 수저를 들었는데 도저히 밥을 먹을 수가 없어서 그냥 수저를 내려놓았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 학교의 시설은 그 시절에도 정말 좋았던 것 같습니다. 넓은 교정에 아이들을 휠체어를 태워서 한 바퀴 돌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도 납니다. 브런치 글에서 뇌성마비인 아들을 복덩어리라고 했는데 그 아들이 40살에 천국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읽고 그때 주몽학교의 학생들은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천사 같은 아이들도 부모님이 다 계실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주몽학교에서 봉사를 하는 것을 알고 잘 아는 사람이  자기의 아들도 주몽학교에 있다고 하면서 남들이 알까 봐 주말 저녁에 가끔 집에 데리고 온다고 하면서 남들이 알면 딸들이 결혼을 못하게 될까 봐 쉬쉬하고 있다고 해서 더 마음이 짠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뇌성마비 아들은 복덩어리이고 누군가에겐 남들이 알면 안 되는 짐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을 당하지 않은 사람은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오늘은 주몽학교의 아이들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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