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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Apr 03. 2021

수원화성 성곽길 벚꽃놀이

자연 체험학습

주말에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다. 그것도 조금 내리는 것이 아니라 많이 내린다는 소식이다. 이번 비에 벚꽃이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고민이 생겼다. 왜냐하면 며칠 전 몇 명의 아이들은 벚꽃놀이를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수업이 일찍 끝나는 날이라 학교 앞으로 마중을 나갔다. 처음 마중을 나가서 아이들이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꽃구경하면서 가자고 했더니 환호성을 지른다. 조금만 돌아서 가면 자연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환경인데 아이들끼리 가기엔 외지고 조금 먼길이다.


남자아이가 뭔가를 발견했다

작은 꽃들을 보면서 우리 꽃 이름 맞추기로 하자 했더니 노란 민들레꽃을 보고 자신 있게 개나리라고 한다. 그리고 하얀 꽃은 했더니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작은 노란 꽃은 꽃다지 꽃, 하얀 작은 꽃은 냉이꽃. 보라색 꽃은 제비꽃이야 하고 알려주면 아이들은 그렇구나! 하고 고개만 끄덕인다. 남자아이가 "야, 여기 뭐가 도망간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아이들은 뭔데 하며 달려간다.

무언가를 잡고 있다.

역시 남자아이는 호기심이 많은 것 같다. 뭔가를 손으로 잡고 있다 아이들은 그것이 무엇일까 궁금해하는 아이도 있고 두려워서 가까이 안 가는 아이도 있다.


공벌레를 잡았다.

공벌레를 잡은 남자아이에게 여자아이가 이리 줘봐 했더니 싫다고 하며 공벌레가 애완동물 인양 자기 손바닥에 놓고 놀며 공벌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것을 보고 이곳에 벌레가 많다며 길로 도망치는 아이도 있다.


남자아이가 개미가 있다는 소리에 도망치는 아이도 있다.

자연은 무엇일까? 우리의 삶과 공존하는 곳, 어느 곳도 누군가의 집이 아닌 곳이 없다. 아이들이 밟고 지나가는 풀밭에는 개미를 비롯한 여러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연을 통해서 여러 생물이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배워가고 있는 것이다.

큰 개불알꽃(봄까치꽃)

초록 들판을 아름답게 수놓은 큰 개불알풀 아이들은 "선생님, 이 꽃 참 예뻐요. 이름이 뭐예요?" 하고 물어봐서 이건 큰 개불알꽃이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큰소리로 웃으면서 뭐 꽃 이름이 그래요 하며 킥킥거리며 웃는다. "그 이름은 일본에서 부르는 이름이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고 해, 또 한 가지는 봄까치꽃 봄에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꽃이라고 해서 그렇게 부르기도 하지" 했더니 아이들이 그 이름이 좋은 것 같다고 한다.

아이들은 비탈길을 걸으면서도 뭔가를 찾느라 힘든 줄 모른다.

아이들은 뭔가를 찾느라 비탈길을 걸어 올라가면서도 힘든 줄을 모른다. 조금만 벗어나면 아름다운 성곽 밑에 봄에만 볼 수 있는 각양각색의 꽃들이 펼쳐지는 들판을 걸을 수 있다. 이곳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면서 아무나 쉽게 갈 수 없는 길이다. 성 밖이어서 길을 아는 사람들만 걸어볼 수 있는 곳이다. 아이들의 자연 학습장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넓은 풀밭이다.   

제비꽃

나는 제비꽃을 보았다. 이 꽃으로 아이들에게 꽃반지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이 아이들처럼 어렸을 때 언니들이 알려준 꽃반지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친구의 손에 끼워주기로 했다. 아이들은 눈썰미가 있어서인지 금방 꽃반지를 만들었다.

꽃반지를 낀 손

아이들은 제비꽃으로 꽃반지를 처음 만들어서 친구의 손에 끼워주고 너무 뿌듯해했다. 내가 어렸을 때는 꽃반지가 시들 때까지 까고 다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아이들도 앞으로 제비꽃을 보면 꽃반지를 만들어 끼고 흐뭇해할 것이다.

꽃길

아무나 걸을 수 없는 진짜 꽃길을 우리 아이들은 오늘 걸었다. 바람에 날리는 꽃잎을 잡느라 벚꽃구경 온 많은 사람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한다. 아이들도 꽃잎을 잡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닌다. 드디어 한 아이가 떨어지는 꽃잎을 잡았다. 행운을 잡은 것이다.

떨어지는 꽃잎을 들고 기도하는 아이

행운의 꽃잎을 잡은 아이는  꽃잎을 들고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다. 아이가 원하는 소원이  이루어지길 나도 함께 빌어줬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벚꽃구경을 시켜주고 나니까 내일 비가 많이 와서 꽃잎이 덜어져고 봄이 떠나가도 이젠 괜찮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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