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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Apr 25. 2021

아들의 첫 월급

따뜻한 밥 & 아이폰 12프로

 같은 마을 손아래 친구와 함께 산책을 하는 길에 내 앞에서 아들도 친구와 걸어오다 마주쳤다. 아들과 나는 손을 흔들었다. "어머니, 인사 소개해드릴게요. 이분은 손ㅇㅇ님 이세요."

아들이 소개해준 친구와 인사를 하고 아들은 친구와 함께 산책하고 집으로 가겠다고 하고 헤어졌다.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내려오는 길에 친구의 손에서 핸드폰이 반짝 빛났다. 그 순간 내 주머니에 있는 따끈한 핸드폰이 생각났다. "ㅇㅇ아 나 자랑 할거 있다." 하며 주머니에서 아침에 아들이 첫 월급 탔다고 백화점 가서 아이폰 12프로를 사 가지고 온 것을 꺼내어 보여줬다.

아이폰 12 프로

내가 매번 아이들 새 폰 사면 쓰던 것만 쓴다고 "어머니, 이제 찬밥 드시지 말고 따뜻한 밥 좀 잡수세요.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찬밥 이젠 그만 잡수세요. 새 폰 중에서 사진이 제일 잘 찍히는 폰이에요. 어머니도 새 폰 쓰셔도 괜찮아요. " 이렇게 말하며 아들이 오늘 아침에 사다준 거야 했더니, 친구가 “나도 언제부터인가는 나를 위해서 살기로 했어 그래서 아이폰은 아니어도 새 폰을 사고 새 노트북을 사고했어.”한다.


나는 젊은 시절에 갖고 싶거나 배우고 싶은 것은 마음껏 해서 인지 물욕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20년 전 IMF는 나의 삶에 큰 상처를 남겼다. 그것도 아이들이 어린 나이어서 아이들에게 티 안 나게 해주려고 했는데 아이들의 눈에 비친 엄마의 모습은 안쓰럽게 보였나 보다. 나는 무엇보다도 핸드폰을 100만 원을 넘나드는 큰 금액으로 사주고 몇 년이 지나면 아이들이 바꾸는데 그것이 너무 아까워 그것을  사용하곤 했는데 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친구에게 아들이 고등학교 때 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느 날 저녁식사를 아들과 둘이 하게 되었다. 저녁상에 새로 한 따뜻한 아들이 좋아하는 흰쌀밥을 아들에게 퍼주고 내 밥그릇에는 잡곡밥을 퍼서 먹으려고 하는데 아들이 나를 처다 보며, "어머니, 저도 학교 국어시간에 배워서 다 알아요. 어머니가 찬밥을 먹으면 제가 기분이 좋겠어요. 제가 찬밥을 먹을깨 어머니께서 이밥을 드세요. 그리고 엄마들이 북어는 대가리가 맛있다고 어두육미라는 말을 쓰신다는데 생선은 가운데 토막이 제일 맛있는 거 저도 다 알아요." 여기까지 말을 했더니 친구가 "언니 나 눈물 나온다." 해서 잠시 말을 멈추었다. 


친구와 헤어져 집에 들어왔는데 아들도 조금 뒤에 아이스크림을 사 가지고 들어왔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아까 그 손ㅇㅇ은 저보다 두 살 위예요. 그 친구는 구글코리아에 근무하고 있어요." 하며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아들은 내 폰을 만지며 "어머니, 이폰으로 멋진 사진 많이 찍으시고, 좋은 글 많이 쓰세요." 한다. 나는 아들이 오늘은 엄청 많이 큰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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