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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Jul 13. 2021

3. 머리가 좋아지는 약 (동화)

친구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사영이는 아무 생각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뒤로 돌렸습니다. 교실 뒤쪽에서 시선이 멈췄을 때, 연아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연아는 갈색 머리카락과 하얗고 동그란 얼굴에 동그란 검정테 안경을 쓰고 흰 블라우스에 검은색 멜빵바지를 자주 입고 다니는 꼬마 힙합가수 같은 여자아이입니다. 연아가 좋아하는 과목은 수학인데 쪽지시험을 보면 항상 100점 맞는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어느 날 수학 문제 한 문제가 틀렸다고 팔딱팔딱 뛰는 모습을 보고 사영이가 바닷가에서 낚시로 잡은 물고기가 팔딱거리던 생각을 하며 '연어'라고 별명을 지어 주었습니다. 사영이가 지나가며 연어야, 하고 부르면 연아는 가운데 손가락을 추켜세우고 쳐다보지도  않는 아이입니다. 순간 사영이는 연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연아는 쉬는 시간인데도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사영이와 눈이 마주친 것입니다. 사영이는 커다란 눈을 끔뻑거리며 머리를 돌렸습니다. 연아는 코가 간지러워서 검지 손가락으로 왼쪽 콧구명을 후비다 커다란 코딱지를 빼냈습니다. 코딱지를 보며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 내 머리가 코딱지만 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뒤에 앉아있는 친구 가윤이를 쳐다봤습니다. 가윤이는 만화 캐릭터 눈을 열심히 그리고 있었습니다. 가윤이는 책을 잘 읽어서 담임선생님이 6학년이 되면 방송부 아나운서 하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책을 재미있게 잘 읽습니다. 가윤이 꿈은 열심히 공부해서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공부는 안 하고 매일 만화 캐릭터 눈만 그리고 있습니다. 연아가 손톱으로 책상을 두두리며 "만화 캐릭터 눈은 그만 그리고 내 고민 좀 들어볼래?" 하니까, 무표정한 얼굴로 "무슨 고민인데?" 하고 물었어요. 연아가 가윤이를 보고 씩 웃으며 "나 수학 문제 풀 때 안 풀리는 문제가 있으면 겁나게 생각을 많이 하거든 그러다 내 머리가 코딱지 만해지면 어떻게 하지?"라고 말하는 연아를 보며 가윤이가 재미있다는 듯 큰소리로 웃으며 사영이 머리를 쳐다보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개미가 살금살금 사영이 곁으로 왔습니다. 개미는 소미의 별명입니다. 이름에 ‘미’ 자도 들어가고 몸집이 작고 말랐는데 부지런하고 공부도 잘하는 여자 아이라 사영이가 지어준 별명입니다. 사영이가 개미라고  놀려도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사영이랑 옆집에 살면서 사영이 고민을 가장 많이 들어주는 궁금한 것이 많고 상상력도 풍부한 친구입니다. 사영이가 못하는 것이 있으면 도와주기도 하고 말참견도 많이 하는 아이입니다.

"사영아,

너 머리가 왜 안 줄어들고 있어?

집에 어떻게 갈려고, 너네 엄마가 네 머리를 보면 기절하시겠다."   


다음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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