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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Apr 02. 2022

공부를 못하는 아이는 따로 없다

공부 습관의 차이는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공부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있다. 수리영역과 언어영역 같이 발달하지 않는 아이들은 더욱 힘들어한다.

언어영역을 힘들어하는 아이를 가르칠 땐  수리영역에 더욱 신경을 써준다. 수학 문제의 지문을 먼저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는 자기가 잘하는 것을 더욱 잘하기 위해 한글을 익혀나간다. 그렇다고 국어를 안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초등 1학년에 처음 만난 아이가 있다. 가르치는 사람도 힘들지만 배우는 아이도 힘들고 기다려주는 부모님도 힘들어하신다. 그 아이는 공부방에 다니면서 태권도도 같이 배운다.

이 아이의 에피소드가 있다. 한글이 늦되는 아이라 초2쯤 더듬거리며 책을 읽게 되었다. 그래서 쉬운 책을 집에서 한 권 읽어서 음성 메시지로 보내기 숙제를 내줬는데 들어보았더니 내용을 지어서 읽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음날부터 옆에 앉히고 읽혔다. 서툴지만 조금씩 나아져갔다. 아이의 엄마는 우리 막내는 공부는 아닌 것 같아요.라고 하지만 푸짐한 격려와 5남매 중에 막내인 ( 5남매를 다 가르쳤음)  네가 제일 똑똑하다고 하면서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지난해 2학기 학교 전교 부회장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선생님, 공부가 학년이 올라가면 더 쉬워지는 건가요?”라고 물어본다. 너무 많은 날 도리도리도 하고 공부를 정말 포기시켜야 하는가도 생각했던 아이가 이젠 공부가 너무 재미있다고 한다. 방학 동안 수학을 한 학기 선행을 시키는데 대부분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방학이 끝날 때쯤 한 권을 끝내는데 올해는 이 아이가 제일 먼저 끝냈다. 신기하고 너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학기부터는 국어, 사회, 과학교과서를 학교 교제와 같은 것으로 한 권씩 사주며 주간 학습 안내에 맞춰서 수업이 시작되기 전날에 2번을 읽고 수업이 끝나고 한 번을 더 읽은 것을 음성메시지로 보내게 하며 자기 주도 학습을 준비시키고 있다. 음성메시지로 읽어서 보내면 책 읽은 것을 체크하면서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것은 다음날 바르게 고쳐준다. 직접 예습과 복습을 함으로써 어떤 결과가 있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며칠 전 학교에서 전교회장 선거가 있는데 엄마가 하지 말란다고 한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생각을 물어봤더니 이번에는 꼭 하고 싶어서 일단 신청을 하고 왔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아이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엄마는 큰아들에게 50만 원을 준다고 했는데 싫다고 해서 실망을 했는데 막내는 공부도 못하던 아이가 저렇게 열성을 갖고 있는데 희한하다고 하신다.  아이가 회장이 된다는 것은 돈 안 들이고 리더십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며 적극적으로 밀어주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오늘 아이가 공부방에 못 와도 괜찮으니 머리도 자르고, 회장 선거에 필요한 사진도 찍고, 옷도 준비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어머니께서 사진은 어떻게 찍느냐고 물어보셔서 마침 내가 아는 사진관을 다니신다고 하셔서 그곳에 가셔서 회장 선거에 사용할 사진이라고 하면 멋지게 뽑아주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날부터 가족들의 도움으로 피켓을 만들어서 사진 찍어 보여줬는데 사진도 잘 나왔고 슬로건도 좋아 꼭 당선이 될 것이라고 했더니 아이는 기분 좋아 어깨를 으쓱했다.  무엇보다도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편이어서 친구들의 도움으로 98%의 득표율로 전교회장에 당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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