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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Dec 18. 2022

혼자보다 더 고독한 결혼 그리고 이혼

친구의 향나무 장롱

비가 내리는 날 밖에서 꽝꽝하는 괭음이 나서 창밖을 내다봤다.


선희는 24살 때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했다. 우리나라에서 대학 졸업생 초봉으로는 최고인 곳이었다 그렇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어느 해 고향 선배를 만나 결혼을 했다.

따뜻한 밥상을 차려 올리는  그런 현모양처를 꿈꾸며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하는 남편의 그늘로 들어갔다. 두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선희는 온몸 가득 행복함을 느꼈다. 선희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팔아 남편의 비자금을 챙겨주면서 보장되기라도 한 듯 미래를 생각하면 행복하기만 했다.  


IMF가 오면서 예견되기라도 한 듯 남편의 사업은 망해가고 있었다. 그때 딱 한번 직장을 그만둔 것을 후회했다. 나날이 늘어나는 남편의 폭언과 구타가 시작되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독감이 밀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그때 내가 왜 이 남자와 결혼했는지를 곰곰이 생각했다. 딱히 이유가 없었다. 이유가 있다면 고향이 같고 도시에서의 외로움을 달래 줄 수 있어서였던 것 같다. 그런데 타향에서 느꼈던 외로움보다 더 큰 고독감이 밀려왔다 7살 5살 아들을 둔 그녀는 이를 악물고 이혼을 선언했다.


그 후 25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들들은 장성했다. 두 아들을 키우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몸이 나빠지는 것도 모른 채 일을 했다.

어느 날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보며 이젠 자신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혼하면서 가져온 짐들이 25년이 흐른 어느 날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나씩 풀어 보았다. 싱크대 서랍이라고 쓰인 박스 안에 들어있는 봉투에 쓰다 놓아둔 돈이 있었는데 25년 전 날짜가 찍힌 자기 앞 수표도 함께 있었다. 앞이 캄캄해서 보니 눈에서 눈물이 비 오듯 쏟아진다.  다른 박스에는 유치원 다니던 아이의 물건들이 이 있었다. 큰 아들의 유치원 졸업사진에 다른 아이들은 다 웃고 있는데 큰아들만 웃지 않은 단체사진을 보는 그 순간 아이들과의 추억이 눈물을 쏟게 했다. 짐 정리는 몇 달을 해도 끝이 없었다 왜냐하면 추억과 함께 정리를 하다 보니 버려야 할 것도 많았다. 정리할 것을 이렇게 많이 쌓아 놓고 허둥대고 살아오며 자신을 돌아볼 틈도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짐들을 다 정리한 어느 날 그녀는 그 짐들이 자기를 누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장 큰 덩어리 향나무 장롱과 화장대, 그리고 장식장 그것은 결혼할 때 비싸게 주고 산 것이어서 이사할 때마다  장롱을 보는 사람들이 얼마에 어디에서 샀냐고 부러운 시선을 받던 물건이다. 그녀가 새로운 삶으로 전환하기 위해 집의 용도변경을 위해 짐을 이삿짐센터에 맡겨야 하는데 장롱을 두고 고민을 했다 장롱은 버리고 화장대와 장식장만 쓸까 ~ 화장대 거울이 고급져서 자신을 우아하게 비춰 준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거울 앞에 앉아 고민을 하고 있는데 거울 속 자신의 뒤에 옛 남편의 모습이 보였다. 아! 다 버리자.  아이들을 키우며 이혼한 전남편을 생각하며 살고 있었던 모든 물건을 버리기로 마음먹고 장롱과 화장대 장식장을 내놓고 수거용 스티커를 붙였다~ 시간이 지나 나가봤더니 거울과 장식장은 누군가 가져갔다. 좋은 물건을 알아보는 사람의 마음은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 밤 잠을 자고 있는데 밖에서 엄청 큰 쾅! 쾅하는 소리가 들려 밖을 내다봤다. 비가 내리는 새벽인데 재활용 수거 차량이 옆에서 있고 오함마로 그 좋은 장롱을 내리치고 있었다.


 순간 그녀는 뛰쳐나갈 뻔했던 마음을 가라앉히며 인생이 그럴진대 장롱쯤이야 하며 커튼을 닫아 버리고

커피를 끓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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