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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Dec 19. 2022

제자의 성장을 지켜보며

J의 대학 합격을 축하하며

J에게

먼저 대학 합격을 축하한다!


J, 너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초등 2학년 겨울 엄마와 손잡고, 갈색 무스탕 코트에 파란 가방 메고 밝게 웃으며 들어온 조그만 체구에 깡마르고 말을 약간 더듬거렸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선생님 옆에 앉아서 "선생님 나 공부 요만큼만 하면 안 돼요?" 하면서 조금 더 시키려 하면 "나 공부하기 싫어요." 했던 날들, 나는 그때 정확히 6개월간을 네가 하고 싶다고 하는 공부만 시켰다. 

그러던 어느 날, 너는 " 선생님, 저 이것 만큼 할래요." 해서 내가 "힘들어 조금만 해" 하면 너는  "나 이만큼 할 수 있어요." 하면서 학습량을 늘려 가는 것을 보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공부의 달콤함을 조금씩 느껴가는 네가 대견스럽기만 했지. 그렇게 2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영어시간에 네가 큰 소리를 질러서 무슨 일인가 2층에서 밥을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뛰어내려와 봤을 때 영어단어 시험 본 것이 다 맞았다고 네가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 질렀다는 것도 기억하지. 그리고 네 꿈이 편의점 알바였던 것, 다른 친구들의 꿈이 과학자라고 했더니 너는 그래도 편의점에서 일하고 싶다고, 편의점 알바는 공부를 못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던 너에게 나는 조금 더 큰 꿈을 갖길 배랬지, "다른 친구들이 함께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고 할 때 너는 일하고 있다면 어떻게 할 거야? 했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네가 며칠 후 "선생님 저 꿈 바꿨어요. 저도 과학자 하고 싶어요. 해도 돼요?" 했지. 그 후 너의 성적은 나를 놀라게 할 만큼 변해갔다.

다른 친구들이 컴퓨터로 IQ 검사를 하게 해달라고 졸라도 너는 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너의 어머니 친구가 네가 ADHD라고 검사하라고 해서 많은 돈과 시간을 보냈다는 것도 너를 통해서 알게 되었지. 너에게 아무런 증후군도 없다는 것을 너는 시간이 지나며 증명해 보여줬고, 너는 나를 믿고 따라줘서 너무 고마웠다!

세월이 흘러 너는 중학생이 되었고, 어느 날 네가 팔을 다쳐서 친구들과 병원에 면회 갔던 기억이 났다. 그 후로 너는 실업학교에 갈 성적이 충분하다며 공부방을 그만두게 되었지. 그러고 몇 개월 후 네가 나를 찾아와서 "공고에 진학하려고 담임 선생님께  공고 지원서 써달라고 갔을 때 그 성적을 가지고 왜 공고를 가려고 하느냐고 물으셨고, 공고의 면접 담당 선생님도 너한테 이성적을 가지고 왜 여기로 왔냐고 했다고 하며 너의 선택이 잘못된 것 아니냐고 나에게 떨면서 물어보던 너의 모습이 생각난다. 그때  선생님이 "너는 다른 친구들보다 더 잘할 수 있어. 공고에는 공부하기 싫어하는 친구들이 많이 갔을 거야, 그런데 그곳에도 공부를 잘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취업을 하려고 가는 친구들도 있고, 내신을 쉽게 따서 좋은 대학에 가려는 친구도 있어. 그러니까 그곳에서 네가 열심히 한다면 지금 인문계에 간 친구들보다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어 꼭 기억해." 하고 한 말을 너는 끝까지 잘 지켜주었고, 영광의 주인공이 되었구나!


다른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대학에 합격하고도 네가 더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고 싶다며 다른 대학 합격자 발표를 침착하게 기다리는 너의 모습을 보면서 선생님 마음은 흐뭇했다. 

J,

올 한 해 마무리 잘하고, 새해에는 멋진 청년으로 대학이라는 지성의 전당에서 너의 꿈을 마음껏 펼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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