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윤이 Sep 19. 2022

마음

날개를 펼친 딸을 응원하며




딸이 유학 가기 전 일주일 동안은 모든 일정을 딸과 함께 하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만큼 잘 이행되지 않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함께 밥 먹는 일, 산책하는 일, 이야기 등등 제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어느 날은 산책을 하러 나갔는데 오래전 앞집에 살던 미나 엄마와 만났다. 그 엄마와 미나랑 반갑게 인사를 하고 지나가는데 다시 우리 딸을 부르더니 "너 우리 미나보다 나이가 많지? 하면서 "너 시집 안 가? 네가 가야지 우리 미나도 가지."라고 하는 말을 들은 딸이 뻘쯤 하게 서있어서 내가 미나 엄마한테 웃으며 "미나 엄마는 결혼생활이 어렵지 않았어요? 저는 결혼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서 딸한테 권하기가 쉽지 않아요. 했더니 이번에는 미나 엄마가 대답을 못하고 뻘쯤히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미나가 깔깔 웃으며 " 엄마, 뭐해? 빨리 가자." 하면서 엄마를 끌고 갔다. 딸아이는 미나가 시집 안 가는 것을 왜 자기 탓으로 돌리냐며 그날 산책이 즐겁지 않았다. 


딸이 떠나는 날은 공항에 데려다주려고 가족이 다 같이 차에 올라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내가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비는 쏟아지는데 공항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차분해지지 않아서 마음을 들킬까 봐 걱정을 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저녁을 같이 먹고 사진도 한 장 찍고 딸아이가 출국 수속을 받고 있는 동안에도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아들한테 엄마는 딸이 떠나는데 왜 마음이 들떠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엄마가 정상이라고 한다. 짐을 보내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아서 딸한테 가봤더니 기내로 들고 들어갈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물건을 빼서 옮기느라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기내에서 보려던 책들을 빼서 가방에 넣어 보내고 출국장 앞에서 딸아이를 안아 주는데 가슴에 뜨거운 무엇인가가 울컥 치민다. 딸의 눈가도 내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딸은 뒤도 안 돌아보며 걸어 들어가고 우리는 딸이 안 보일 때까지 기다렸다 집으로 돌아왔다.


중간에 비행기에 탄다고 연락이 왔고, 딸은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 집에 도착해서 딸방으로 들어갔다. 딸이 사용하던 책상의 물건들이며 책들, 악기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딸아이가 공부하고 싶은 것 즐겁게 잘 해내길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딸이 없는 방을 나오는데 마음이 너무 허전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결혼기념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