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윤이 Oct 11. 2022

지리산 둘레길 2구간

2. 친구와 함께해서 좋은 곳

새벽에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친구는 무엇인가를 불쑥 내민다. 나는 물어볼 사이도 없이 덥석 받았다. 그것은 친구가 밤늦은 시간까지 부쳐온 부침개와 과일이었다. 나는 배낭에 집어넣고 싫지 않은 투정을 부렸다 너무 많이 해와서 가방이 너무 무겁다고, 그러면서도 기분은 너무  좋다.


지리산 둘레길 2구간


우리는 오늘 지리산 둘레길 2구간을 걷기로 했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니 날씨가 너무 더웠다. 가을도 중턱을 지났건만 30도를 웃도는 날씨다. 들판은 추수를 다하고 있음에도 텅 빈 충만으로 다가온다. 친구들은 둘레길이라고 하니 등산화를 신지 않고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왔는데 길에 돌이 많아서 발바닥이 아프다고, 새 운동화를 신고 와서 발뒤꿈치가 아프다 하기도 하고 문제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방이 무거워서 가방에 있는 과일을 꺼내 함께 먹으며 걷다 보니 갈증이나 배는 안 고픈데 발 뒤꿈치 아픈 친구가 천천히 걸어오는데 발뒤꿈치 까졌다는 말은 안 하고 그냥 천천히 가고 싶다고 하니 풍경이 좋아서 그런가 보다 생각을 했다.






길에 작은 돌이 깔려있어서 정말 힘들다고 투정하는 친구도 있고 풍경이 너무 멋지다는 친구도 있고 날씨가 너무 더워 갈증이 나기도 하고,  걸으면 걸을수록 너무 더워서 힘든 날씨인데 친구들의 농담이 너무 재미있어서 걸을만하기도 하고, 걷는 속도에 따라 바뀌는 말동무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걸으니 즐겁지 아니할 수 없다.






추수를 거의 마친 가을의 농가마을 풍경은 너무 아름답다. 지리산을 엄마의 품이라고 한다고 한다. 이 마을 들은 엄마의 품에 안긴 듯 포근해 보이기만 하다. 이곳에는 쌀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상추재배도 상당히 많이 하고, 배추, 콩, 들깨, 그리고 하우스 작물은 화훼나 나무를 심는 곳인데 주로 낙엽송, 아카시아, 등 많은 나무를 키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동편제 마을 앞에 와서  늦게 오는 친구를 기다렸다. 친구가 앉은자리 주변에는 많은 함께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무슨 일인가 가봤는데 친구의 발 뒤꿈치가 많이 까져서 약을 바르고 대일밴드를 붙여주고 있었다. 양말은 발목양말을 신어서 여유분을 가져오신 분이 양말을 빌려줬는데 그 양말을 신었더니 발이 너무 편하다고 고맙다고 하며 이젠 잘 걸을 수 있다고 한다. 그늘에 앉아 간식을 꺼내 먹고 힘을 낸 다음 다시 걷기를 시작했다.






아름다운 림천  주변 환경을 보면서 가을의 풍요로움에 감사하고, 덥지만 좋은 날씨에 감사하며, 좋은 친구들이 함께 해서 고마운 마음과 천해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지리산을 바라보며 걷는 묘미는 정말 신선이  기분이랄까~  경기 하나 산악회에서 함께한 분들도 이곳에 오면 좋은 친구가 되는 것도 너무 좋은  같다는 생각을 하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걷고  걷는다





걷다 보니 엄청 높은 둑이 나왔는데 나는 그곳에 올라가고 싶은 충동이 생겨서 대장께 올라가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올라갔다 옆으로 가면 된다고 해서 그 충동을 누르지 못하고 올라갔다. 중간쯤 올라가면서 괜히 왔다. 왜 잡지 않았지 하는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너무 더웠고 이 둑에서 뱀이 나오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도 있지만 일단은 너무 더웠다. 그런데 꾹 참고 올라갔다.





둑을 올라가서 뒤를 돌아보니 다시 내려갈 것이 걱정이 되었고, 일행들은 벌써 둑을 지나고 있었다. 일단 올라갔으니 풍경은 즐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천천히  바라보았는데 산세가 좋은 저수지였다.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어서 사람들을  들어가게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름다운 풍경도 잠시 함께 가던 일행은 벌써 둑을 지나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끝까지 걸아가 봤는데 문이 열쇠로 잠겨있어서 나갈 수가 없었다. 다시 올라온 길을 내려가려는데 밖에서 우리 일행들 목소리가 들렸다. 다시  위로 올라와 보니 친구들이었다. 나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곳을 나왔다. 다시는 남이  가는 길로 가고 싶은 호기심은 버리기로 했다.




발뒤꿈치 까진 친구와 나는 천천히 길을 걷기 시작했다. 꼴찌로 가는 기분도 좋은 것 같아 사진도 찍고 어린 시절의 이야기도 하고 도시에서 이야기하지 않던 마음속 깊이 간직된 친구의 슬픈 어린 시절 이야기도 꺼내어 웃으며 파란 하늘에 날려 보내고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채워 가며 길을 걷고 또 걸었다.







나의 호기심은 이곳에서도 발동되었다. 친구를 일행이 있는 곳에 남겨두고 나는 지리산 드라마 세트장까지 갔다. 세트장도 써늘하고, 세트장 옆에 있는 건물에 태극기가 너덜너덜하게 찢어졌는데 그것을 보는 순간 몸에 소름이 돋아서 얼른 도망치듯 뛰어내려왔다. 이젠 일행과 함께 하지 않는 모험은 그만하기로 했다.






가을 들녘의 풍요로움을 마음껏 향유하며 시골길, 시골마을, 들판, 사과나무, 등등을 머릿속의 도시의 풍경을 잠시 꺼내고 시골의 아름다운 햇살까지 모두 집어넣은 것처럼 마음이 풍요로워짐을 느끼며 느릿느릿 걷고 또 걸었다.




작가의 이전글 지리산 둘레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