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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Oct 06. 2022

지리산 둘레길

1코스 어머니의 품에 안기다

지리산 둘레길 1코스

가끔 내가 가고 싶으면 가고 언제나 갈 수 있을 것 같았던 등산을 코로나19가 오고 모든 산악회 활동이 멈춰졌다. 한 달, 두 달 이렇게 시작된 것이 1년이 넘고 2년이 넘어가면서 후회를 하게 되었다. 산악회 관광차가 집 앞에 올 때, 그때 열심히 다닐 것을 잘못했다고, 그리고 시간이 많이 지나면서 내가 다니던 산악회 카페에 들어가 보니 지리산 둘레길 간다는 소삭이 눈에 띄었다 나는 어디든 가고 싶어서 몸살이 나 있던 터라 얼른 신청하고 날짜만 기다렸다.


불편한 관광버스도 이젠 하나도 불편하지 않게 느껴졌다. 지리산 둘레길 1코스를 걷기 위해 주천에서 차가 멈추었다. 조금 걸어 시골길로 들어가면서 펼쳐진 지리산 서북능선으로 감싸 안은 이 마을은 어머니품에 안긴 것 같은 포근한 마을이었다. 내 고향보다 더 아늑하고 오랜 시간 머물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무아지경에 빠진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신기하고 내가 잊고 있었던 아름다운 풍경들이 나를 위해 만들어져 있는 것 같았다.



어느 집 마당에 피어있는 봉숭아꽃도, 김장배추밭도, 철 지난 고추밭도, 그리고 산길을 걸으며 본 거미줄도 나의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추억을 생각하게 해 주고 어린 시절 동심의 세계로 나를 돌려보내 주는 것 같았다.

아침이슬을 먹은 거미 술에 거미는 보이지 않지만 햇볕을 받으며 영롱하게 빛나는 이슬방울도 언젠가 나의 추억 속에 있던 그 모습이었다.




험한 산길을 걷는 것도 얼마만인가 그저 신기하고 즐겁기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풍의 여파로 올라가는 길은 바람이 한점도 없는 찌는 듯한 더위라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면서도 둘레길인데 얼마나 힘들까 했지만 그렇게 만만치 않았다. 반달곰도 조심하라는 팬 말도 있고 길가에 뱀도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아~이곳이 지리산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산길이 계속 이어질 것 같더니 내를 건너 언덕으로 올라가니가 누런 들판이 나타났다. 이곳은 생각하지 못한 아름다운 가을 풍경 그대로 그림 같다. 오랜만에 벼이삭을 보았다. 시골에 살았던 나는 아버지께서 논농사를 많이 지으셔서 가을이면 벼를 벼서 낫가리를 높이 쌓았던 생각이 머리를 스치며 저 멀리 손으로 벼를 벼서 논바닥에 깔아놓은 모습은 보이지 않는 아버지의 옛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먼 하늘에 구름이 숨바꼭질하듯 어디에선가 숨었다 나와서 흩어지고 다시 고개를 들면 뭉게구름이 떠오른다.



하늘 높이 피어있는 노란 꽃은 돼지감자꽃 누군가는 해바라기가 왜 이렇게 작아하면서 아는 척을 하지만 돼지감자꽃이 덤불 속에서 높이 자라 피어있다. 씀바귀꽃도 이름 모를 꽃들도 가을의 농가를 더욱 아름답게 꾸며주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코스모스핀 길을 걸어봤습니다. 중학교 시절 아침 일찍 등굣길에 나서면 이슬 먹은 코스모스의 모습들이 머릿속에 생생히 새겨지면서 아름다운 가을 들판을 마음껏 걷고 또 걸어갑니다.





가을들 풍경에 흠뻑 젖어 도시의 삶의 복잡함을  잊고 동심의 세계와 현재를 오고 가며 마음껏 즐기고, 기억  깊은 곳에  다른 추억을 새기며, 오늘 걷고  곳이 마음속 불꽃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산악회에서 지리산 둘레길 21구간을 1년 동안 함께할 멤버로 결성하고 다음 구간부터 매월 1,3주 토요일에  21구간을 갈 것입니다. 2022 9 17일의 지리산 둘레길의 모습을 브런치 작가분들께 보여주고 싶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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