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윤이 Nov 22. 2022

태몽이야기

이웃집 할머니의 태몽이야기

결혼해서 몇 개월 후 꿈속에서 몸이 붕 떠서 산을 하나 넘었는데 햇살이 잘 드는 넓은 과수원이 나왔어요. 그런데 과수원에 과일이 없는 거예요. 참 이상하다 생각을 했지. 그러고 저쪽 끝으로 갔는데 커다란 사과 하나 가 있어서 나뭇잎과 사과를 따서 품에 안고 그 사과를 다시 처다 보았더니 사과가 아니라 쩍 벌어진 석류가 아니겠어요. 그런데 석류알이 반짝반짝 빛나는 거예요. 그래서 참 이상하다 사과가 아니네 하고 석류를 품에 안고 다시 붕날아서 산을 하나 넘어 집에 도착해서 잠에서 깨었는데 꿈이었어요.


그 후 아기가 생겨서 낳았는데 아들이었어요. 우리 아들은 자라서 속도 안 썩이고, 학원 한번 보내지 않았는데 과학고등학교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29살에 박사학위를 받았지. 박사학위를 받기 전 내 마음이 하도 답답해서 천지신명께 기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새벽 4시에 옥상에 냉면그릇을 가지고 올라가서 찬물을 떠놓고 동서남북으로 절을 하며 기도를 했어요. 기도도 잘 모르는데 예전에 어떤 스님이 와서 주고 간 책에 기도문이 적혀있었어요.  내가 까끔 읽었는데 누가 가져갔는지 지금은 그 책이 없어요. 그래서 그때 읽은 기억으로 물을 떠놓고 매일 새벽에 기도를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새벽에 옥상에 올라가는데 냉면기에 떠놓고 내려왔던 물에 방개가 떠있는 거예요. 방개는 물에서 사는 것인데 방개가 어떻게 왔지 하고 커다란 그릇에 나뭇잎도 넣어주고 밥도 주고 했는데 가만히 보니 가장자리에 금테를 두른 방개였어요. 3일 후에 방개가 사라졌어요. 그리고 아들한테 전화가 왔어요.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그리고 아들은 삼성에 취직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외국인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딸아이들은 넷이나 금반지 꿈을 꾸었어요. 금은 딸을 낳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 손자들 태몽도 내가 꾸었어요. 며느리와 나 그리고 옆에 다른 사람이 있었는데 목에 리본을 단 돼지새끼가 나한테 와서 꿀꿀거리는 거예요. 그래서 이 돼지 참 귀엽다고 하면서 며느리 갖으라고 줬어요. 그랬더니 얼마 후 며느리가 임신을 했고 손자를 낳았어요. 둘째 손자는 커다란 은행나무 밑에서 은행을 한 아름 주워와서 며느리 주는 꿈을 꾸었는데 둘째 손자를 보게 되었어요.


이웃할머니와 마주 앉아 할머니의 자식농사 이야기를 들어드리다 할머니의 태몽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할머니께서 신이 나셔서 하는 이야기가 재미도 있고, 기뻐하시는 모습도 좋고, 할머니의 자손들이 잘 되어 행복해하시는 모습도 좋았습니다. 자식들 키우느라 힘들게 일해서 허리 마디마디 수술 안 한 자리가 없다시는 말씀을 들으며 짠하기도 한 이야기 속에 밥멱고 너무 힘들게 하지 말고 천천히 하라시던 옛 어르신들의 말씀이 틀린 게 없다고 이야기하며 젊어서는 이해하기 힘든 거예요. 하시며 이야기를 끝냅니다. 우리의 어머니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못 먹고, 자식 가르치느라 손 발이 부르트도록 일을 하셨다는 말씀 젊음이 어찌 이해를 할 수 있을까요.


작가의 이전글 김장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