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할머니들

닮고 싶지 않은 옆집 할머니 이야기

by 해윤이

우리 마을에는 할머니들이 많았었다. 그런데 유명세를 타고 집값이 오르면서 할머니들의 자손들이 집을 팔고 할머니들은 요양원으로 많이 가시게 되어 몇 분 안 남으셨다. 그중에는 유지들 몇 분과 몇 해 전 집을 사 가지고 들어오신 할머니가 계시다. 그중 닮고 싶지 않은 할머니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난해 국유지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정부에서 국유지 사용료를 내라고 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친구의 집을 사면서 땅이 국유지인지 모르고 사셨다며, " 내가 공부를 조금 했으면 사기를 안 당했을 것인데, 공부를 못해서 사기를 당하고도 몇십 년을 모르고 살았지 뭐야, 최소한 집을 사려면 등기부등본 정도는 볼 줄 알아야 하는 것인데 " 하신다. 그 땅을 사려면 정부에서 6억을 내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그 집을 팔라고 하더라며 자식 넷을 위해 집을 네 채를 샀는데, 그 집은 종자였다고 하시며 그 집에서 월세를 받아 모아 집 네 채를 사게 되었다며 그 집을 고수하기 위해 지금 사는 집의 월세 사는 사람들한테 일억 씩 전세를 올리겠다고 해서 월세 살던 사람이 나가고, 새로운 사람이 이사를 왔다. 그런데 할머니는 그 종자 집을 팔게 되면서 일억 씩 두 집에서 받은 전셋돈 2억을 집에 보관하고 있어서 이자를 한 푼도 못 받았다고 하니까 부동산에서 한 칸에 월세 200만 원씩 들어오게 해 준다고 해서 할머니는 새로 전세 들어온 지 일 년도 안 된 사람을 이사비용도 안 주고 나가라고 했다.

쫓겨나는 사람들이 우리 마을은 집들을 카페나 음식점으로 개조해서 살고 싶어도 살집이 없어 울면서 먼 곳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 칸에 사는 사람은 남편이 얼마 전 암으로 돌아가신 분인데 그 남편은 할머니네 시장 보는 일이며 김장을 매해 두통씩 해주며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할머니가 나가라고 해서 울며 집을 구하러 다니다 방 두 개짜리 빌라를 샀다고 한다. 할머니는 나가라고 한 것이 미안했는데 그 사람이 집을 사서 다행이라고 이제 월세만 빨리 들어오면 된다고 하신다.

그런데 그 할머니는 올해 84살이신데 그 연세에도 돈에 욕심을 부리시는 것을 보면서 할머니를 한번 쳐다보게 되었다. 할머니는 평생 몸배바지 한 개 사 입은 게 전부라고 하셨다. 얼굴에 화장도 못해봤고 할아버지가 돈을 벌어오면 월세 받은 것과 합쳐서 그 돈으로 집을 사셨다고 한다. 돈 모으는 것이 재미있어서 할아버지가 바람을 피워도 신경을 못쓸 정도였다고 하신다. 할머니 옷은 가난한 할머니처럼 몇십 년쯤 된 것 같은 가루가 폴폴 나오는 청색 폴리스에 몸배바지다. 누구에게 무엇을 나눠주는 것을 못 봤고 누구를 칭찬하는 것을 못 봤다. 할머니한테 잘 주면 좋은 사람이고, 안 주면 못됐다고 하신다.

그런 할머니께 초6학년 1학기 책에 나오는 '저승 있는 곳간’이란 이야기를 들려 드렸다. 그 이야기를 듣던 할머니께서는 "그런 얘기가 정말 있어?" 하시며, 젊은 시절 대학을 졸업한 동생이 할머니 집 지하를 개조해서 함께 살은 적이 있었는데 동생이 할머니한테 2천5백만 원만 빌려 달라고 했다고 하신다. 안 빌려줬는데 얼마 후 그 동생이 죽었고, 장례를 치르는데 동생 친구들이" 누나가 죽였다고 했어." 하셔서 동생한테 돈을 빌려주시지 그랬냐고 했더니 2천5백이면 집이 한채여. 하신다.

할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살면서 닮고 싶지 않은 어른을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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