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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Nov 22. 2022

김장 이야기

김장은 늘 두렵다.

오늘 아침 지인이 배추 7포기와 무 10개를 포장해서 가져오셨다. 무와 배추로 무엇을 할까? 고민이 생겼다. 내 계획에 없는 일이 생긴 것이다.  왜냐하면 다음 주 토요일에 김장을 하려고 배추를 주문해 놨고, 무엇보다 뚝딱하고 내가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저녁시간에 배추를 5포기는 절이고 2폭은 국도 끓이고 배추전도 부쳐먹으려고 남겼다. 배추김치 양념을 준비하면서 내일 아침에 속을 넣으면 하루가 너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속을 넣지 말고 배추를 썰어서 담그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는데 아들이 들어왔다.


아들이 배추 다 절였냐고 해서 시계를 보니 배추 절인지 5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나 배추 절인 것을 뒤집으면서 처음 김장하던 생각이 났다.


결혼하던 해 집 앞 슈퍼에 싱싱한 배추가 가득 쌓여서 크고 좋은 것으로 한 포기 사 왔다 배추가 너무 무거워서 혼자 들기 힘들 만큼  묵직했다. 솔찍이 김장하는 것을 구경만 했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어떻게 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요리책을 봤다. 배추가 들통에 넣으면 크기가 맞는 것 같아 소금물을 타서  배추가 들어앉은 들통에  배추가 잠길만큼 부었다, 그날 밤 잠을 자다 몇 번을 나와봐도 배추는 절지 않고 밭으로 갈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김치를 처음 하는 나를 무시라도 하듯 싱싱한 채로 그대로 있었다. 어떻게 했는지 기억은 없지만 맛있게 만들어 먹었던 것 같다.


그 후 어느 해에는 배추 다섯 폭을 절여놓고 언니를 불렀다. 김장배추를 절여 놓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랬더니 바로 위의 언니가 와서 김장할 배추를 보더니 소꿉장난하느냐고 물어본다. 나는 그렇게 배추 5폭을 김장하는데도 힘들게 했었다. 그 후로 10년 정도를 배추 2망 6폭을 하게 되었는데 옆집 할머니 김장을 도와드리다 배추 절이는 법도 배우고 김치하는 법을 확실하게 배웠다. 그래도 6폭을 넘게 해 본 적이 없었다. 


하반신 불구이신 시어머니를 모시게 되면서 30폭에서 48포기가 가장 많은 양의 김장을 하게 되었었고 지금은 21폭을 몇 년 전부터 고수하고 있고, 아들과 김장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5폭 절이는 것을 힘들어하고 있다고 하면서 웃었지만 난 늘 김장 때만 되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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