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윤이 Dec 14. 2022

 친구의 죽음

친구의 명복을 빌며

아주 오랜만에 S한테서 전화가 왔다. 수화기 버튼을 누르자 친구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 H가 죽었데, "

"왜?" 나는 왜 마디를 질렀다. SNS의 발달로 며칠 전에 H와 통화를 했고, 조만간 만나기로 약속을 한 상태였다.

우리 셋은 동갑 나기로 같은 지점에서 근무를 하며 마음이 잘 맞았던 친구들이다. 결혼을 하고 각자의 생활이 바빠지면서 그리고 통신기기가 바뀌면서 서로 연락이 끊어졌었다.

H는 B지역에서 잘 사는 집 첫째 딸이었다. 그 친구의 어머니께서 일찍 세상을 뜨셔서 동생들에게는 엄마의 역할까지 하며 자란 생각이 깊고 정이 많은 친구였다. 그 친구가 결혼을 할당 시 시집이 잘 사는 집이어서 예단을 많이 해가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결혼 6개월 후에 친구가 찾아왔다. 결혼할 때 예물 하고 예단하느라 돈을 다 썼는데 시댁이 부자인 줄 알았는데 집안에 있는 모든 제품들과 함께  6개월간 월세로 얻는 집이라고 했다. 그래서 지하 셋방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곳에서 그 친구는 아기를 2명 낳고 열심히 일하며 잘살고 있었다.

그 후 B지역에 사시는 친정아버지께서 아파트를 사주셔서 경제적으로는 문제없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IMF 시절에 이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는데 더는 같이 살 수가 없게 되었다고 한다. 이유는 남편이 친구의 집 위층 여자와 바람이 났다는 것이다. 몇 년을 모르고 살았는데 어느 날 화장품 외판원이 와서 가족사진을 보더니 윗집 아저씨랑 너무 닮았다고 해서 윗집에 올라가 봤는데 남편과 함께 찍은 사진이 거실에 크게 걸려 있었다는 것이었다. 친구는 너무 기가 막혀서 남편과 이야기를 했더니 몇 년 전부터 그런 사이였다고 한다며 이혼을 해야겠다고 했다. 그 후 그 친구는 연락이 없었다. 얼마 전 연락이 되었을 때 요즘 근황을 물어봤었다.  그랬더니 현재 일을 하고 있고, 회사에서 신임도가 높은 편이라고 해서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고 사는지도 물어봤다. 친구는 남편이 첫정이고 아이들 아빠라 그냥 살고 있다고 했었다.


S는 나도 모르겠어 H의 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회사에서 오븐 앞에서 물건 나올 시간을 기다리고 서있었는데 오븐의 문이 갑자기 H 쪽으로 터지듯 밀려왔다고 한다.

그날 날씨는 너무 더웠다. S와 함께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장례식장은 왠지 어수선했다. 친구의 영정 앞에서 H의 사진을 보았다. 활짝 웃는 모습의 사진이 왠지 슬퍼 보였다. 나는 두 눈을 꼭 감고 복받쳐 올라오는 뜨거운 무언가를 억누르고 친구의 명복을 빌었다. 두 눈을 뜨고 오른편을 보았는데 상주가 세명 있었다. 남편과 아들, 그리고 딸이었다. 남편께는 목례를 하고, 아들을 꼭 안아 줬다. 아들은 엄마 친구 품에서 어깨를 들썩였다. 등을 다독이며 위로를 하고 옆에 있는 딸아이도 안아줬다. 이 느낌은 무엇이지 할 정도의 차가움 같은 것을 느끼면 얼른 자세를 바로 하고 나왔다.


음식상 앞에 앉아서 옆을 돌아보았는데 상복을 입은 여자아이가 쓰러지듯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그 옆에도 상복을 입은 여자가 앉아있었다. 딸아이는 어려서 보고 처음 보는 것이고 옆에 앉아있는 여자는 H의 동생이었다. H의 딸이 엄마의 죽음을 슬퍼하며 울다가 기절을 하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가끔 울음소리가 들리다 다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딸아이를 보면서 나와 S도 같이 눈물을 닦아냈다.  H의 동생이 옆으로 왔다.  "그럼 저기 영정 앞에 있는 여자는 누구야? 하고 물어봤다. H의 아들과 결혼할 여자라고 한다. 그리고 친구가 죽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H가 아침에 출근해서 오븐 앞에서 물건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븐이 터져서 H의 몸으로 받으며 뒤로 자빠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쳐서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고 한다.  아들이 한 달 후에 결혼식을 하기로 했는데 돈이 없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하며, 한복도 맞출 돈이 없어서 동생이 맞춰줬는데 아직 찾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때 우리보다 일찍 와서 입관하는 것을 보고 나온 J가 옆으로 왔다. H의 머리에 꽃을 꽂아 예쁘게 했는데 아직도 머리에서 피가 흐른다고 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H의 동생이 말을 이어갔다. 회사에서는 사고로 사망을 했기 때문에 보상금이 많이 나올 것이고 장례의 모든 비용도 회사가 지불하기로 했다고 한다.


S와 함께 장례식장을 나오는데 H의 남편이 뒤따라 나오며 와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나도 인사를 하며 결혼식에서 한번 봤고 친구의 장례식에서 인사를 하게 된 기분이 묘했다.





작가의 이전글 자녀를 출가시키는 엄마들의 근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