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도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어느 날 친구와 둘이서 산책을 하게 되었다. 자기 말을 잘 안 하는 친구가 나를 쳐다보며
"여고 동창 모임에 나갔더니 친구들이 두 번 결혼해서 좋겠다고 한다. 여러 남자랑 살아봐서 좋겠다고, 누가 두 번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어디 있겠니?" '
친구들 모임에 나갔다 이 말을 듣고 다시는 친구들을 안 만나고 싶다고 한다.
친구와 첫 번째 결혼한 남자는 3살 연상의 Y대를 졸업한 집안이 좋은 청년이었다. 둘은 J그룹 회계과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알게 된 사이로 사내 커플이었다. 시아버지가 경찰서장이고, 시댁에서 넓은 아파트에 일하는 아줌마까지 사서 보낼 정도로 여유로운 집 아들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천식이 있었던 것을 결혼하고 알았다고 한다. 결혼 후 천식이 심해지고 아기도 없는 상황에서 친구는 남자를 병간호하러 시집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한다. 그래서 결혼 3년 만에 위자료도 안 받고 이혼을 했다고 한다.
이혼 후 혼자서 살기 위해 미용기술을 배워서 미용실을 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용학원에 다니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미용을 가르치는 미혼인 미용장과 만나 사귀게 되었고, 미용사자격증을 따고 둘은 바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친구는 결혼했던 사실을 남편에게 철저히 숨겼다. 그래서 남편이 알게 될까 봐 혼인 신고도 친구 혼자 가서 하고, 결혼한 사실을 알고 있는 친구들은 절대로 안 만났다고 한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기가 생겨 아들을 낳았다. 친구는 첫 번째 결혼에서 아기가 생기지 않아서 마음고생을 했기 때문에 아들을 낳은 것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친구는 미용을 하며 아기를 키우기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남편은 미용실을 차려서 1년 동안 손님을 모아 권리금 받고 넘기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면 1년 정도는 쉬는 게으른 사람이었다.
아들이 조금 크면서 동네 어린이 집에 아들을 맡기고 미용실을 운영하게 되었다. 머리를 잘하는 남편에게 단골손님이 생겼는데 그 손님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온 대학교수라고 했다고 한다. 그 손님의 방문 횟수가 잦아지면서 남편이 모르는 미국의 젊은 남녀가 어떻게 사귀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성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두 사람은 좋아하게 되었고 남편은 친구에게 이혼을 원했다고 한다.
그때 친구는 남편에게 아들의 친권과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을 나누지 않는 조건으로 이혼을 해줬다. 친구의 남편은 빈손으로 이혼을 하게 된 것이다. 남편은 친구가 재혼한 것을 모르고 있지만 친구는 본인이 재혼한 것에 대한 죄책감도 있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하던 친구는 씩 웃으며 “아들은 그 바보가 나한테 준 선물이야” 하면서 “아들이 있으니까 언젠가는 남편이 함께 살면 안 되겠냐고 해서 들어왔었는데 못살겠다고 나가더라.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첫째 남편한테 잘못한 것 같아, 그때는 천식이 무서운 병이라 생각했어. 내복을 내가 찬 거지, 나 아들 키우며 고생 많이 했다. 그런데 돈이 있어도 이혼한 사람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인정을 못 받는 것 같다. 동생들도 나를 업신여기는 것 같고.”라고 말하며 “ 나도 평범한 사람처럼 가정 꾸리고 잘 살고 싶었어. 그리고 이혼 후에는 혼자서 잘 살아 보려고 했어. 그런데 남자들이 자꾸 꼬이는 걸 어떻게 해. 내 인생 하나도 내 의지대로 되는 것 아니더라.” 이렇게 말하며 얼마 전에 아들이 취직해서 집 팔고 아들회사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