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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Jan 06. 2023

제자의 성장을 지켜보며

Y의 대학합격 소식

수시 합격자 발표가 끝나고도 연락이 없는 제자가 궁금해서 문자를 보냈습니다.

대학합격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고 보냈더니 문자가 왔습니다.

"선생님,

합격했어요,

명문대는 아니지만 저한테는 감사한 일입니다."

말썽쟁이라고 할까요.

숙제 안 하고 온날은

“저 그만 다닐 거예요”

그러면 엄마가 저한테 전화해서 아들 좀 잘 잡아달라고 하십니다.

저희 공부방을 그만두고도 자주 연락이 왔었습니다.

고2 때는 공부 잘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도넛츠을 사가지고 왔어요.

학생이 돈이 어디 있어서 도넛을 사 오냐고 다음부터는 빈손으로 오라고 했더니 요즘 대학 안 가기로 해서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해서 돈이 많다고 합니다.

갑자기 웃음이 나왔어요.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엄마하고 싸우고 반항하고 있다고 해서 엄마를 위해서 대학 가는 것이 아니라 너를 위해서 대학을 가라고 했어요. 대학 안 가면 언젠가는 후회하게 되고, 지성의 전당이라고 하는 곳에서 공부하며 젊음을 좀 더 멋지게 보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 줬더니,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하고 갔습니다.

그 후 다른 친구들은 시험을 잘 봤다고 찾아오기도 하고, 합격했다고 연락을 하는데 연락이 없어서 궁금했습니다.

문자를 보고 전화로 축하해주려고 했는데 전화를 안 받아서 또 아르바이트하나 보다 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그런데 오후에 전화가 왔어요. 

"선생님,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늦게 연락드려서 죄송합니다.

오늘은 안 되고 오후에 시간 내서 찾아뵙겠습니다." 

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공부를 잘하던 모법생들보다 공부를 안 하려고 말썽부리던 학생들이 더 보고 싶습니다.

말썽쟁이들이 커서 자기 길을 제대로 찾아가는 것을 보면 마음이 흐뭇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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