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윤이 Jan 14. 2023

시아버지가 돌아가시면 홀가분할 것 갔았는데..

허망하다.

후배의 시아버지께서 며칠 전에 돌아가셔서 위로차 몇 명이 모였습니다. 아직도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친구도 있고, 요양원에 모시고 있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만난 후배는 며칠 전에 99세까지 약국을 운영하시던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고 삼우제를 치르고 연락해서 식사하자고 만났습니다.


시어머니께서 3년 전에 돌아가시고 시아버지께서도 죽고 싶다고 하시더니 어느 날인가에는 나도 여자 얻어달라고 하실 만큼 건강이 좋아지셨던 분입니다. 후배는 매주 시아버지를 찾아가서 식사를 준비해 드리던 효부입니다. 혼자되신 시아버지게서는 자식들이 돌아가며 지켜드렸는데 돌아가시기 1년 전부터는 약간의 치매가 있으셔서 가족들이 힘들어했는데 큰아들과 작은 아들이 아버지 돌봄 교대하는 시간에 눈을 감으셨다고 합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요.

시아버지께서 후배를 몹시 사랑해 주셔서 시어머니나 형님의 미움도 많이 샀다고 합니다. 그래서 만은 아니지만 착한 심성이 있는 후배는 혼자되신 시아버지를 극진히 모셨습니다. 그러면서도 서울에서 몇 시간 차를 타고 다닌 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부부싸움 없던 부부가 시골시아버지댁에 다녀오면서 가끔 삐져서 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남편이 힘들다고 한다는 것이죠.

몇 달 전 남편이 어느 날부터인지 혼자서 시댁에 간다고 했다고 합니다. 남편이 친구들한테 이야기를 하며 돌아올 때 가끔 짜증을 낸다고 했더니 네 아버지한테 갔다 오면서 네가 왜 짜증을 내냐고 하며 혼자서 다니지 왜 부인까지 고생을 시키냐고 했다며 반찬만 만들어 달라고 하여 한 달에 두 번은 남편 혼자 가고 두 번은 부부가 같이 갔는데 한 달에 두 번 쉬는 주말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마음에 걸린다고 합니다.


후배는 허망하다는 말을 되풀이합니다. 후배는 서울에서 몇 시간씩 차를 타고 찾아가야 하는 일이 힘들다고 생각하며 끝이 언제날까 하는 순간에 갑자기 돌아가셔서 더 미안하다고요. 그런데 시아버지가 돌아가시면 홀가분할 것이라는 생각도 했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고, 붕 뜬것 같은 기분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마지막 몇 달은 예뻐해 주시던 시아버지께서 어린애같이 굴어서 짜증이 나기도 했는데 이런 것들이 다 죄송한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시댁 쪽은 바라보기도 싫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아버지께서 정을 떼고 가셨나 보다고 했더니, 장례를 끝내고 시아버지가 쓰시던 침대를 버리자고 했더니, 암투병한다고 시아버지한테 한 번도 안 오던 큰며느리는 자기가 그 침대에서 자겠다며 버리지 말라고 했다고 하는데, 시아버지께서 주무시다 돌아가신 모습을 봐서 후배는 그 침대가  무서워서 그 방에 들어가기도 싫은데 큰며느리가 이상하다고 합니다. 아마도 돌아가신 시아버지 모습을 못 봐서 일 것 같다고요.


저도 친정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무서워서 영정 앞에 꼭 가야 할 일이 없으면 안 갔던 일과 밤에 무서워서 잠을 못잔일 그리고 장례 후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한테 전화도 안 하다가 내 마음이 이럴진대 남편을 잃은 어머니는 얼마나 힘드실까를 생각해서 매일 전화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 무섭다고 느끼는 순간도 어느 날 없어진다고 했더니 후배는 그냥 조용히 기다려야 하느냐고 합니다.


생과 이별에서 많은 것을 느낍니다. 시집살이에 지친 한 친구는 시어머니를 모실 때 남편이 앞장 서서하니까 시어머니가 남편과 며느리 사이를 이간질했다고 합니다. 둘이 싸우고 나면 며느리한테 잘하는 척하다 아들한테 거짓말로 일러서 부부사이를 묘하게 만들던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머리가 안 아플 줄 알았는데 맷돌을 하나 더 올려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들더니 한참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눈 녹듯 사라졌다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남편이 가만히 있으면 더 잘해줄 것을 왜 그 난리를 치며 자기만 엄마가 있는 듯 행동하는 게 얼마나 꼴불견인지 모르겠다고요. 지금도 그 친구는 시어머니 돌아가시고 부부사이가 더 안 좋다고 합니다.


시아버지를 극진히 모시고 나서도 마음이 언짢아하는 것을 보면 끝까지 잘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지만, 가족사에서 처갓집 부모는 신경도 안 쓰는 남편이 시부모는 잘 모시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고, 시부모한테는 잘 안 하면서 친정부모만 신경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을 보면, 부부가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부모를 모시는 것이 쉬운 것 같다는 의견을 모으고 헤어졌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새 삶을 위해 선택한 이혼이 주는 고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