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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Jul 22. 2023

백두대간

꼭 하고 싶은 것을 미루면 안 될 것 같다

젊은 날 산행을 다니면서 산이 좋다는 것을 알았다.

결혼생활 30년 동안 나를 잊고 살았다고 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어느 날 텅 빈 나를 발견했다.

백화점에 가서 등산복과 등산화를 샀다.

그리고 집에서 가까운 산으로 갔다.

등산화만 신어도 왠지 멋진 산악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와 함께 걸으며 산행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후배는 백두대간이며 정맥 그리고 일반산행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줬다.

그러던 어느 날,

무작정 태백산 가는 산악회에 예약을 했다. 

태백산을 올라갈 때 나는 20대처럼 열심히 올라갔다.

함께 올라가던 사람들이 나이를 물어보고

 "언니네요."

그 순간 내가 나이가 많아도 잘 올라간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산을 내려가려는데 무릎이 아파서 내려갈 수가 없었다.

천천히 걸어서 내려오고 나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산에 가도 무릎이 안 아플까,

우리 집은 주택이어서 계단이 없다.

그래서 집과 가까운 산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연습을 하면서 무릎이 조금씩 좋아졌다.

산악회에서 산에 갈 때 무릎이 조금씩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백두대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코로나 19가 찾아오고 나는 산악회차가 멈춰서 마을 뒷산만 가게 되었다.

코로나기간이 너무 답답해서 숲길등산지도사 자격증을 땄다.

숲길등산지도사 자격증을 따러가면 산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곳에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함께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진출처 지리산둘레길 홈페이지


그러다가 지난 1년간 지리산 둘레길을 전코스를 다 돌았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백두대간팀들로 이루어졌는데

고양이집사라는 아이디를 갖은 여자분이 

"해윤이 님 백두대간 하세요. 후회하지 마시고요."

하고 한마디 던지듯 한다.

나보다 훨씬 어린 사람이 나한테 이 말을 해줄 때는 함께 걸으며 나를 인정했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오늘 다음키페 수원종주산악회에서 백두대간 출범인원을 모집한다는 문구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쓴 댓글을 읽어보았다. 댓글 중에'나이 제한 없나요.'라는 문구가 보였다. 답글에서' 네 나이제한 없습니다. 후미기준으로 진행합니다.' 하는 글을 읽고 9월 2일에 출법하는 백두대간팀에 가입했다.

하고 싶었는데 못하고 밀어오던 것을 오늘에야 해결한 기분이 들어서 속이 시원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인생은 주춤거릴 여유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후회하지 말고 해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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