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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Dec 06. 2023

우리 집 창가

참새들의 놀이터

이른 아침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 위로 창을 바라봅니다.

이름 모를 큼지막한 새들이 베란다 난간에 꼬리를 뒤로한 채 흔들어 댑니다.

새들의 부지런함을 따라 할 수는 없지만 시간마다 찾아오는 새들이 다릅니다.


집이 산 밑에 있어서 창가 앞에 옹벽이 있고 그 위에 나무들이 무성합니다.

옹벽이끼 위에는 돌나물도 있고, 그위에는 강아지 풀이 서리 맞아 쓰러진 씨앗들이 보입니다.


참새들이 아침을 먹기 위해 이끼를 쪼아대는 것을 보면 이끼 속에 벌래들을 잡아먹는 것 같아 보입니다.

베란다 앞 조금만 화단에 초겨울까지 붉게 피어있던 샐비어가 서리 맞아 누렇게 변했는데 샐비어 씨앗이 새들의 먹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내년봄에나 뽑으려 합니다.


산밑의 집이지만 초등학교 바로 뒤에 있어서 공부방으로 오는 길은 학교에서 2~3분 정도의 거리입니다.


낮에는 아이들에게 창가를 내어줍니다.

공부가 끝난 아이나 마음이 답답한 아이는 창가 책상 앞에 앉습니다. 자연이 주는 변화에 아이들의 마음도 평화를 찾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날은 창가에 비가 오고, 천둥번개가 찾아오고, 햇살이 밝게 빛나고, 어느 날은 눈이 오고, 어두운 구름이 드리우고, 어느 날은 뭉게구름이 떠다니는 것도 보입니다.


옹벽을 보다 고개를 들고 보면

산의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숲의 나뭇잎이 새들의 움직임처럼 낙엽을 떨어뜨립니다.


하늘에 나르는 새도보고,

창가에 찾아와 먹이를 찾는 새며

옹벽아래 흐르는 물을 마시기 위해 날아오는 새들,


학교에서 좋은 일,

나쁜 일들을 참새처럼 재잘거리는 아이들

오늘 하루의 좋고 나쁨을 창가의 변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공부를 하기 위해 찾아온 아이들에게도 좋은 장소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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