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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Jan 07. 2024

백두대간 (신풍령-덕유산 백암봉-무룡산-황점마을) 산행

해무리에 쫓기는 그믐달

오랜만에 무박산행을 하게 되었다. 

신풍령에서 빼봉을 거처 덕유산 백암봉-동엽령-무룡산 삿갓재대피소를 거처 황점마을로 내려오는 코스였다.

신풍령에서 출발해서 산으로 올라가다 잠시 멈추어 해드랜턴을 끄고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공기와 함께 내려오는 별무리들은 우리를 반기는 듯했다.


산길을 걸어 얼마 들어가지 않아 눈이 밟히기 시작했다.

눈길을 걸으며 눈이 다 녹았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전에 수북이 쌓인 눈을 밟게 되었다. 우리는 눈밭에 앉아 아이젠을 착용학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무도 걷지 않은 길, 하얀 눈 위에 아무 흔적도 없다.  대장님의 해박한 지식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시는 데로 따라가는데, 걷고 또 걸어도 우리가 처음 걸으며 본 그곳의 불빛과 똑같은 곳이 보여서 우리가 길을 잘못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걸어갔다.



덕유산 눈길


하늘에는 그믐달과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한참 걷던 길을 잠시 뒤돌아 보았다. 

일행들의 해드랜턴의 불빛이 빛났다. 

저 멀리 산 위에 해무리가 만들어지는 것이 보였다. 

통트는 모습과 그믐달이 되어가는 달을 보면서 

늙어가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해무리에 그믐달이 깜짝 놀라는 모습은 

내 나이가 50대를 지날 때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몸도, 마음도 젊음 그 자체로 생각했던 50대에서 60대로 넘어서는 순간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던 그 순간처럼

해무리의 솟아오름은 그믐달이 빛을 잃어가게 했다.

머리는 딴생각을 잠시 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 듯 나를 눈구덩이로 밀어 넣었다.

앞사람의 발자국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덕유산지봉


우리가 지봉이라는 높은 봉우리에 올랐을대 해는 둥실 떠올랐다.

해드랜턴을 다 끄고 이제부터는 산봉우리들을 찾아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젯밤 차 안에서 한잠도 못 자고 밥새 깊은 눈밭을 헤쳐온 위리들은 태양아래서는 무거운 몸을 옮기기에 힘들어했다. 

뒤 돌아온 길을 바라보니 정말 큰 산의 능성은 따라서 걷고 또 걸어온 것인데

우린 눈길에 홀린 것 아닌가를 의심했었다.




백암봉에서 본모습


백암봉을 코앞에 두고 천천히 걷던 몇 명은 첩첩 히 쌓인 산 저 멀리 아름다운 풍경을 보았다.

돈과 시간으로 살 수없는 값진 노력으로만 볼 수 있는 풍경을 

우리는 눈길에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간식과 음료를 마시며 잠시 황홀경에 빠졌었다.



덕유산 백암봉

덕유산 백암봉에서 주변을 둘러본 모습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우람하고 아름다웠다.




덕유산 상고대


이번 산행에서 덕유산의 상고대를 기대하고 갔는데 날씨가 더워서 상고대는 짧은 구간에서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겨울왕국을 보여 줬다.

우리는 눈 때문에 최소 12시간에서 13시간의 긴 산행을 하며

우리 모두 5만 발자국을 남기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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