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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Feb 24. 2024

효도는 무엇일까?

점심시간이어서 식당 안은 붐볐다.

출입문쪽에 앉기 싫어서 안쪽의 중간쯤에 있는 자리에 앉게 되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주변을 돌아보다가 우측 옆좌석의 아들과 어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내 옆에는 며느리인 여자가 까만 오리털점퍼를 입고 머리는 며칠은 안 감았는지 떡진 것 같은 긴 단발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오고 고개를 숙이고 아무 소리 없이 먹고 있다. 그 여자 앞에는 아들인 머리가 위쪽이 다 빠저 몇 가락 안 남은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긴 모습에 통통한 체격을 한 성격이 급한 듯 보이는 남자와, 그 옆에는 어머니인듯한 70대 노인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엄마, 당면 드시지 말고 단백질 많은 고기 드세요. 단백질이 자꾸 빠져나가니까 고기를 드셔야 해요."

"난 이게 좋아."

"그래도 당면보다 고기가 단백질이니까 고기 드셔야 해요."

아들이 옛날 전골식 불고기에 들어있는 당면을 집어다 입에 막 넣으려는 어머니께 하는 말이다.

아들이 엄마에게 잔소리하는 것이 귀에 거슬렸는지 신경이 그쪽으로 쏠리고 있었다.

"엄마, 천천히 드세요."

그 소리를 듣고 옆을 쳐다보니까 성질 급한 아들이 밥을 다 먹고 옷을 입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누룽지를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아들이 옷 입는 것이 불안했는지 씹지도 않고 넘기더니 뜨거운 밥솥을 들고 종이컵에 물을 따르고 있었다. 

"엄마, 손 데면 어쩌려고 일리 줘."

하고 아들이 손이 뜨겁다는 시늉을 하면서 엄마의 솥을 잡으려 했는데

"괜찮다, 다 따랐어."

하고는 솥을 자리에 놓고 허겁지겁 퍼서 먹으며

"이반찬은 뭐니."

하니까 

"어머니가 저희한테 자주 해주시던 거잖아요. 여긴 고기가 얇고 어머니가 해주신 것은 고기가 두꺼워서 차이가 있어 보이나 봐요."

하며 며느리가 한마디 했다.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허걱지겁 이것저것을 집어먹는다.

아들은 일어서 옷을 입고 엄마옆에 있는 휴지통에서 휴지를 한 움큼 꺼내더니 코를 흥흥 크게 소리 내어 풀기 시작했다. 식당에 밥 먹던 사람들의 시선이 코푸는 소리 나는 곳으로 쏠렸다. 아들도 그것을 의식했는지 코 풀은 휴지를 엄마가 밥 먹는 앞쪽에 올려놓더니 자기의 자리에 와서 앉았다.

그러더니 주변에 있는 수저를 쌓았던 종이며 휴지, 종이컵을 꾸겨서 엄마가 식사하는 앞자리, 즉 아내의 옆으로 던져버렸다. 

엄마는 치아가 잘 씹히지 않는지 천천히 씹고 있으면서도 서두르는 기색이 영역했다.

아들이 

"엄마 다 먹었지. 계산할게"

하고 계산대로 나가는 것을 보고 며느리가 시어머니 옆으로 가서 

"어머니, 빨리 일어나세요."

하는 소리를 듣고 며느리를 바라보며

"아휴, 왜 내가 일어날 수가 없니? 허리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래도 일어나 보세요."

"그래 천천히 하자."

며느리는 무표정하게 시어머니를 바라보고 있고 아들은 계산이 끝났다고 빨리 나오라고 한다.

할머니는 한참을 힘들어하시다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걸어 밖으로 나갔다.


옆자리의 아들, 며느리를 보면서 효는 무엇인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들은 엄마를 위해서 식사를 하러 나왔을 것이다. 아들도 머리가 희끗 하지만 늙은 어머니의 입장이 안되어서 어머니의 마음은 모르지 않나, 과연 효는 무엇일까? 아들, 딸이 부모의 처지와 나이가 되어야 부모의 마음을 알듯 우리는 효라는 것을 부모의 입장이 안되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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