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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Mar 02. 2024

봄과 겨울이 교차하는 백두대간

 오전 4:30분 전에 집을 나가야 하는데 꾸물거림이 있어서 조금 늦게 나갔다. 약속장소까지는  25분 걸린다 그런데 현재시간은 4:40분 아무리 생각해도 갈 수가 없다. 버스로 3 정거장 택시로 3~5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나는 버스정류장 쪽으로 뛰어갔다. 택시가 오면 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가는 쪽 방향으로 가는 택시가 한대도 나타나지 않았다. 새벽 4시 55분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 안은 날씨가 갑자기 추워서인지 일하러 가는 듯 보이는 사람들이 꽁꽁 싸매고 있었다. 

5시가 조금 넘어 도착 산악회 차에 탑승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왜 카카오택시를 이용하지 않고 바보처럼 길에 서서 택시를 잡으려 하는지,


 차에서 내렸을 때 외투를 벗을 만큼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았다. 체조를 하고 추풍령에서 출발 큰재까지는 18.7km 예상시간은 7시간 30분이다.

그런데 산기슭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코가 너무 시려서 숨을 쉴 수가 없았다. 그리고 손가락이 시려서 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 그런데 몸에서는 땀이 나는 것 같았다. 신체부위별 추위를  느끼는 감도가  다른 것을 느꼈다. 겨울에도 이렇게 코가 시리다는 것을 못 느꼈다. 

가던 길에서 뒷사람을 위해 옆으로 길을 비켜주고 워머와 방한장갑을 끼고 걷기 시작했다. 

오늘 산행은 다른 날과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후미에서 함께 밥을 먹고 가자고 하는데 앞에 선두가 있어서 밥을 안 먹고 선두를 따라가려고 했다. 그런데 앞에 가던 사람을 따라가다가 길이 막혔다. 그래서 우측 산 쪽을 보니 백두대간길을 표시한 것이 보여서 올라갔다. 우리가 후미가 되었다. 이미 후미는 가고 한참을 돌아 우리는 알바를 한 것이다. 


백두대간길



그런데 앞에 가던 선두가 어느 순간에 우리 뒤에서 오고 있었다. 대간길에 군부대가 있어서 돌아가야 하는 길이 있는데 선두는 산 쪽으로 올라갔다 온 것이고 후미는 도로 쪽으로 가다가 다시 올라와서 결국은 우리가 선두로 가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오늘 길은 길기는 해도 올라가는 길은 많은데 비해 비탈길은 적었다. 그런데 용문산부터는 눈길이었다. 일기예보에서 날씨가 춥다고 했는데 산에서 바람소리는 심하게 나는데 우리가 가는 쪽으로는 햇살은 따뜻하고, 바람이 불지 않았다. 그런데 용문산에서 조금 올라가 아이젠을 착용하라고 했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조금 가니 국수봉이었다. 여기부터는 비탈도 심하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국수봉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조금 내려가다가 나는 큰 대자로 쾅하고 넘어졌다. 순간 깜짝 놀랐다. 그런데 아이젠이 등산화 끈 묶는 쇠에 걸려서 빠지지를 않았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그냥 엎어져 있었다. 뒤에 오던 대원들이 달려와 다친 데는 없느냐고 하는데 머리는 부딪치지 않았는데 아픈지, 온몸이 타박상을 입은 듯 순간 얼얼했다. 뒤에 오던 대원이 아이젠을 풀어서 등산화와 분리를 시켜서 몸을 일으켰다. 눈을 털고 나니 걸을 만했다. 


"또 넘어지면 어떻게 하지?"

했더니 후미대장이 발을 넓게 벌려주라고 했다. 그렇게 어정거리며 걷다 지금까지는 아이젠을 해도 걸리지 않았는데 새로 산 아이젠이어서 그런가 아님 등산화 때문인가 생각에 생각을 하고 내려가며, 지난 등산화는 왜 안 넘어졌지 곰곰이 생각을 했다. 그 순간 내가 스패츠를 착용하지 않고 아이젠을 착용했다는 생각이 났다. 가방에 스패츠를 넣고 와서도 바보처럼 아이젠만 착용하고 넘어지다니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오늘 등산에서 또 다른 교훈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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