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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Mar 09. 2024

정원일의 즐거움

헤르만 헤세의 "정원일의 즐거움"을 읽다가 베란다 밖의 작은 정원을 바라보았다.

옹벽밑에 있는 작은 정원은 봄을 알리듯 햇볕이 드는 곳에는 파릇파릇한 두매부추싹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몇 년쯤 지났을까 마당의 꽃들을 바라보는데 그 꽃들이 흑백으로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우울증의 시작이었을까?

아니면 깊은 우울증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이었을까?

나는 그날부터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꽃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 이사 오면서 남에게 주기 뭐 한 버릴 수 없는 식물, 아니면 나의 추억이 담긴 식물만 가지고 이사를 왔다.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오늘 밖으로 나가서 정원을 손질했다.

그러면서 아래로 흐르는 작은 샘물이 흘러갈 수로도 정리했다. 

아침이면 이곳에 새들이 물을 마시러 온다.  

그러다 잘못 날아와 앉은 씨앗을 발견 흙에 묻어 주었다.

산아래 있는 집이어서 옹벽이 있고 그 아래 조그만 정원이 있다. 

그 정원은 우리 집 베란다 앞에 있어서 내가 꽃을 심기에 좋은 곳이고 하루종일 새가 찾아와 나를 기쁘게 해 준다.

 화분에 심어져  겨우내 베란다에 있던 작약, 백당나무, 매발톱, 꿩의비름, 으름덩굴, 개나리를 보면서 화분이 커다란 으름덩굴과 개나리는 그냥 놔두고 다른 것들은 정원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심었다. 

작약은 자줏빛 예쁜 새싹이 올라오는데 뿌리가 깊어서 화분에서 뽑다가 싹이 몇 개 부러졌다. 

조심할걸 잘못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마음껏 뿌리를 벗을 수 있게 되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하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으름덩굴은 친정집 뒤란 울타리에 있던 것을 으름을 따먹으려 살피다 작은 것을 한 가지 가져와 30년째 키우고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누고 하면서 키우고 있는 것인데 자리를 잘 잡아서 옮겨 심어야겠다.

개나리는 내가 꺾꽂이해서 화분에 심고 높이가 50cm가 되도록 키우는 분재라고 하기는 너무 큰 나무인데 어느 해 코로나로 밖에 안 나가고 있다 코로나가 끝나고 마당에 나가 보니 노란 개나리가 만개한 것이 처음 꽃을 피운 것이었다. 해마다 꽃이 지고 나면 가지를 정리해 줘서 봄이면 예쁜 꽃을 피운다.

올해는 내가 가지고 있는 부겐베리아, 헤오라기 난, 엽란, 고무나무, 란타나, 스위디쉬아이비 같은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들도 날이 따뜻해지면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화단에 심어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도 좋고, 여행을 갔을 때 땅에 심으면 물을 자주 안 줘도 되기 때문에 올해는 화분에서 해방을 시켜주고 싶은 생각이다.

봄이 오는 정원을 손질하고, 실내에 있는 식물들을 정원에 심을 생각을 하면서 마음속에 기쁨이 솟는 것을 느낀다. 정원일의 즐거움이 내게 다시 찾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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