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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Mar 10. 2024

광교산 종주

 딱히 생각은 없었는데 남편한테 형제봉에 가자고 했다.

남편은 다른 일이 있어서 안 간다고 했다. 

갑자기 오기가 발동해서 등산복을 입고 가방을 메고

밥솥에서 밥을 한 주걱 퍼서 비닐봉지에 담아서 가방에 넣고 500ml 물병에 아르기닌을 한봉 타서 넣고 자유시간과 양갱을 한 개씩 넣고, 선글라스와 수건, 마스크를 가방에 넣고 신발장에 있는 4개의 등산화 중 어떤 것을 신을 까 고민하다가 등산화가 아닌 나이키 트레킹화를 신고 가기로 했다.

다른 때 같으면 걸어서 반딧불이 화장실까지 갈 텐데 오늘은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버스가 많이 붐볐다. 그런데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안쪽은 비어있어서 앉아서 갔다. 


광교산종주


반딧불이 화장실에 도착해서 트랭글을 맞추고 걷기 시작했다. 화장실 주변은 들어가고 나가는 사람들로 붐비었다. 나는 예리하게 잘 걸을 것 같은 사람을 찾았다. 그리고 따라 걷기 시작했다. 파란 내피를 입고 가던 남자가 옷을 벗어 들고 걸어갔다. 나도 얼른 오리털잠바를 벗어서 가방에 접어 넣고 부지런히 걸었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천천히 이야기하며 걷다 다리가 아프면 의자에 앉아서 간식을 먹기도 하던 생각을 하며 오늘은 다음 백두대간길에서 처지지 않고 선두로 가는 것을 연습하기 위해서 걷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어서 부지런히 걷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갈 때 가로수가 뒤로 가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것처럼 내 앞에 가는 사람들이 다 뒤로 움직이듯 나는 많은 사람들을 제치고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떤 남자분은 넘사벽인 듯 내 앞을 추월해서 가고 있었다. 

부지런히 걷다 뛰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제치고 걸어갔다. 그런데 형제봉게단을 거의 다 올라갔는데 누군가

"해윤이 님"

하고 부르는데 나는 못 듣고 걸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크게 불러서 나를 부르는 것이 맞는구나 하고 뒤를 돌아봤다.

백두대간 민건 대장님이셨다. 

간단한 인사만 하고 손을 흔들고 또 올라갔다.

그런데 그 남자분이 내가 사진 찍는 동안에 형제봉주변을 돌아 토끼재 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부지런히 따라가서 그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왜, 그렇게 잘 걸으세요."

"아, 여사님도 잘 걸으시는데요"

"산을 자주 다니시나요?"

"예전에는 자주 갔는데 요즘은 광교산만 와요."

" 예전에 어느 산악회요."

하고 물어봤더니 내가 다니던 산악회에서 백두대간을 몇 번 했다고 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좀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젠 버스 타고 멀리 가는 것이 지겨워서 버스 타고 등산 가는 일은 그만하기로 하고 가까운 광교산에만 온다고 하며 다음 주에 네팔트레킹을 간다고 이야기를 하고 그 남자분은 절터로 내려가고 나는 백운산을 가기로 하고 헤어졌다.

혼자 걷는 길을 조금 늘어진다고 할까, 누군가와 경쟁이 아니면 나를 채찍 하기가 쉽지 않다. 

백운산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바로 내려오는데 종아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평길에서는 뛰었다. 신기한 것은 뛰니까 종아리 근육이 아프지 않았다. 

이렇게 부지런히 걸으며 내 앞에 가는 사람들을 뒤로 보내는 일을 수없이 많이 하면서 내가 출발한 반딧불이 화장실 앞까지 왔다.


운동정보


16.1km를 3시간 48분 걸렸다.

빨리 걸었다. 

이번산행에서는 백두대간 때 10km 정도 걸으면 다리가 느릿하게 가고 싶어 해서 선두에서 뒤로 처져서 사진도 찍고 주변도 두리번거리며 사색에 잠겨서 걷는 버릇이 있는데 1시간 30분에 무엇인가를 먹고 무릎이 꾀를 부릴 때는 조금 달려주는 것도 효과가 있는 것을 알았다. 

이제부터는 날씨가 따뜻해져서 물도 3개 이상 가져가야 할 것 같다.

오늘 등산화를 안 신고 나이키트레킹화를 신고 간 것은 나의 잘못된 선택이었다. 왜냐하면 비탈길에서 발가락이 앞으로 쏠려서 아파서 다칠 뻔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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