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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Mar 25. 2024

60대 꼰대

 버스가 앞문을 안 열어줘서 뒷문으로 탔다.

올라가기가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버스문 옆자리에 창 측으로 한자리가 비어 있었다. 

뒤에 있던 60대 남자가 내측에 앉은 젊은 여자에게

"아가씨, 어디서 내려?"

"세류역에서요."

"세류역정도면 앉을 필요 없어, 정남정도 간다면 몰라도."

젊은 여자가 얼굴이 빨개져서 일어섰다.

60대 남자는 의기양양하게 비집고 창 측으로 들어가 앉았다. 

내측에서 일어난 여자는 앉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서있었다.

내측의 자리는 쉽사리 앉을 사람이 없었다.

그 여자가 앉지 않는 것을 보고 40대 남자가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앉으라고 권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자리에 앉으려 하지 않았다. 

40대 남자가 앉으며 나도 세류역에서 내리는데 했다.

모두 세류역이전에 내린다고 했다.

60대 남자는 자기가 무슨 특권인양 버스에서 큰소리로 짐이 많아서 힘들다고 한다.

옆에 있던 40대 남자가 60대 남자를 보고

"아저씨, 등산 다녀오세요."

"아니요, 비가 오니까 딸기가 싸서 딸기를 사서 넣고 오는 거예요."

60대 남자는 등산복차림에 무거운 등산가방을 들고 옆구리에는 커다란 미역을 한 봉지 들고 있으면서,

"미역을 샀더니 부피가 커서 참 힘드네."

이 60대 남자를 보면서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이 보내는 눈빛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세 정류장을 더 가서 내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여자의 얼굴을 보았는데 아직도 빨간 볼이 가시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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