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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Mar 30. 2024

성토요일 바스카성야

앞집 자매님이 전화를 했다.

"오늘 밤 성당에 가실 거예요?"

오늘이 성삼일 마지막날

부활전야다. 

장례가 끝나고,

요기까지 말했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뭘?"

"보리회관 총회장님 돌아가신 거요."

난 깜짝 놀랐다. 

수원 행궁동에서 식사 대접을 받는 것 같은 음식점은 보리회관뿐이다. 

밥 한 숟갈만 떠먹어보면 좋은 쌀과 좋은 재료로 정성 들여 지은 밥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정도로 정성을 들이시는 분이시다.

남편과 식사를 하러 갔는데 불고기를 직접 나와서 구워주시며 저는 아직도 현역입니다. 하시며 웃으시던 80에 가까운 형제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우리가 식사를 끝내고 돌아올 때는 요리에 사용할 좋은 표고버섯을 비닐봉지에 넣어주시며 맛있게 요리해서 먹으라고 하시던 자상한 분이신데 돌아가셨다니 마음이 아프다.

왜 돌아가셨냐고 물어봤더니 앞집 자매는 모른다고 하며 우리 둘은 추측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왜 돌아가셨는지 너무 궁금해서 성당소식통인 자매님한테 전화로 물어봤다.

그 건물에 한의원이 있는데 지하주차장에서 한의원 원장이 주차하다 잘못해서 형제님을 치었는데 머리를 심하게 다쳐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아픈 것도 아니고 형제님이 하시던 음식점 지하주차장에서 차에 부딪혀서 돌아가셨다니 더 안타깝고 허무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형제님을 위해 성호 긋고 잠시 기도를 드리고 생활을 하려 하지만 오늘 오후는 그분의 모습들을 기억해 보는 시간으로 많이 보낸 것 같다. 

죽음은 무엇일까?

살아있는 모든 것은 죽음을 맞이한다.

오늘 성삼일 마지막날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갑자기 떠나신 형제님의 죽음에 대해서도 깊이생각하게 되었다. 

앞집자매와 전화를 끊기 전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재밌게 살자."

그리고 성토요일 바스카성야 전례에 참석하기 위해 우리는 함께 성당에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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