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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May 11. 2024

바람 부는 날 산행

일기예보에서 바람이 많이 불고 오후부터는 비가 온다고 했다.

나와 백두대간 짝꿍 도우너와 광교산 산행을 하기로 했다.

아참 일찍 만나서 버스를 타고 반딧불이 화장실 앞에서 내렸다.

광교산을 오를 때 반딧불이 화장실에서부터 올라가면 가파른 계단길이 숨이 차오른다.

그래도 대간을 16회  함께한 덕에 헉헉거림 없이 가볍게 계단을 올라갔다.

우리 둘이서 스트레칭을 하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손등에 무엇인가 떨어져서 보니 꿈틀꿈틀하는 초록색 벌레였다.

바람은 나무의 어느 가지 할 것 없이 흔들어 송홧가루 날리고난 쭉정이꽃들을 떨어뜨리고

여기저기서 맛있는 나뭇잎을 갈아먹던 벌레들도 모두 털어 내린다.

모자와 우산을 배낭에 넣는 다하고 그냥 나와서 머리 위로도 무엇인가 우두둑 떨어진다.

바람이 불어 시원하기는 한데 머리카락이 사방팔방으로 휘날린다.



광교산산행지도


시루봉을 지나는 지점에서 양재에서 올라왔다는 대간팀 한 명을 만나고,

노루목을 지나며 마라톤클럽후배 3명을 만났다.

바람 불고 날씨가 험한데도 산에 올라온 사람들이 많다.

도우너와 백운산을 지나 통신대를 돌아 헬김장으로 내려오는데 마라톤클럽 여자대원들 4명이 올라오고 있다.

옥스팜 100m 갈 연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조는 아니지만 옥스팜 팀으로 함께 가기로 되어있어 반가웠다.

도우너와 내려오는 길은 아카시아 꽃이 하얗게 떨어진 꽃길이었다.


아카시아꽃이 떨어진 꽃길

그 꽃길 덕분에 한 번도 잃어보지 않은 길을 잃고 다른 쪽으로 내려왔다. 

산에서 내려오고 세찬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빠르면 4시간 정도 걸리는데 오늘은 5 시간 걸려서 산행을 마쳤다.

집에 와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종아리가 가렵다.

자세히 보니 벌레 물린 자리가 몇 군데 있다.

산에 올라가며 바짓단을 두 번 접어 바람이 통하게 한 것이 화근인 것이다.

등산복이 약간 길게 입는 것은 바람이 안 통해 불편하지만

벌레에 물리지 말라고 만들어 놓은 것인데 등산화를 신지 않고 바짓단을 걷은 것이 실수였다.

다음부터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은 산행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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