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어둠을 뚫고 대야산 정상에 올랐다.
산길은 바람이 살랑거려 기분이 좋았다.
가는 길은 바위에 밧줄이용구간이 많아서 힘든 구간이 많았다.
아주오랜만에 밧줄을 당겨보는 기분도 새롭게 느껴져서 산행의 묘미를 더해줬다.
난생처음 직각으로 된 바위를 밧줄에 의존해서 올라봤다.
암벽등반은 등산화바닥이 바위에 착착 붙는 재미도 있건만 수직으로 된 바위에 발을 붙이기는 그리 쉽지 않은 산행이었다.
바위를 올라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우리의 산하는 지금껏 고생한 산행의 흔적을 싹 씻는 듯 마음을 확 트이게 했다.
심호흡을 크게 한번 내쉬고 좁은 산길을 돌아 올라갔을 때 산세를 헤치고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대야산의 특징은 360도 웅장한 산이 감싸고 있다는 것이다.
대야산은 태어나서 처음 가본 산이지만 산악회에서 대야산을 간다고 한다면 꼭 한 번 가보기를 누구에게든 권하고 싶은 산이다.
일출과 함께 보이는 산하는 너무 아름다웠다.
사진이 눈으로 본 풍경을 다 담을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인생이 힘들고 어려운 일들은 시간이 지나며, 아니면 좋은 환경으로 변할 때 잊고 새 출발을 할 수 있다고 하던가. 산행을 하며 겪는 고통은 잠시 대아산 정상에서 만난 풍경으로 싹 씻은 듯 기분이 좋아졌다.
아름답다.
힘든 발걸음을 이겨내는 것은 아름답게 펼쳐진 멋진 산하의 조망이다.
어느 쪽을 보아도 아름답디.
산행에서 지쳤을 때 눈을 반짝이게 하는 것이 숲 속에 피어있는 꽃이다.
처음 보는 꽃이다.
그러면 더 눈을 반짝이게 한다.
이 산에 처음 왔으니 처음 보는 꽃이 당연하다.
이름을 검색해 봤는데 민백미꽃이 라고 한다.
꽃보다 꽃망울이 더 예쁘다.
벌개덩굴꽃도 처음 보는 것은 아닐 것 같은데 낯설게 느껴진다.
나는 앵초꽃을 좋아한다.
사진의 꽃은 큰앵초꽃이다.
잎이 커서 큰앵초인 것 같다.
설악산 공룡능선을 갈 때 마등령에서 만난 적이 있는 꽃이다.
큰앵초는 어느 산에서 만나도 아름답다.
대야산을 지나 조항산을 거처 가는 동안 산아래 펼쳐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지칠 새가 없다.
그런데 17km를 10시간 30분에 36,000보를 걸었으니 얼마나 지루하고 힘든 산행이었는지 바위를 타면서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해서 온몸이 묵직하고 안 아프던 무릎까지 꾀를 부리니 천천히 천천히 걸으며 조금만 평평한 길이 나오면 이 길을 비단길이라고 이야기하며 위로를 하며 내려오는 마지막 구간 청화산에서 내려오는 길은 바위길 부서진 돌들이 많은 너덜길로 산행에서 만나기 싫은 길이다.
그러나 오월의 햇살아래 반짝이는 떡갈나무숲길이 너덜길일지라도 눈은 아름다운 오월의 숲을 빠져본다.
가장 아름다운 계절오월에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대야산, 조항산, 청화산으로 이어지는 이번산행은 백두대간에서 가장 힘든 코스라고 하지만 즐겁고 멋진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