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언니 시집살아 이야기
‘금쪽같은 내 새끼’를 누군가 보고 너무 재미있다고 해도 “아, 그래.” 하고 지나쳤다는 직장 선배언니가 언제부턴가 ‘금쪽같은 내 새끼‘가 너무 재미있다고 산책길에 이야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선배언니는 슬픈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만나자.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하다. “
그래서 무슨 큰일이 있나 해서 얼른 선배언니를 만나러 나갔다.
언니는 올해 67살이 되었다. 서울애서 유복한 집안 딸이었다. 결혼 후 연락이 끊어졌는데 얼마 전 산책길에서 우연히 우리 옆동네에 살고 계신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만나는 장소는 늘 산책하는 중간지점이다.
선배언니는 ‘금쪽같은 내새끼’를 유튜브로 보는 중에 아빠가 아이들 옷을 정리하다가 엄마의 오래된 속옷을 보고 남편이 너무 오래된 것은 버리라는 말에 부인이 절약하려고 그런다는 말을 듣는 순간 첫아이 임신했을 때 시어머니가 한 말이 생각나 갑자기 주먹만 한 불덩이가 가슴에서 치밀어 올라와서 유튜브 보던 것을 끄고 전화를 했다고 한다.
아들 하나에 밑으로 딸 다섯 있는 집으로 시집을 갔다. 시집갔을 당시 큰 시누만 시집가 딸을 둘 낳고 나머지넷은 함께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명절 전날 선배언니가 임신초기였고,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퇴근해 시댁에 갔는데 식욕이 없어 저녁도 못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하는 말씀이 “ 제사음식 만든거랑 여기 사다 놓은 과일은 한 개라도 먹으면 안 된다. “
라고 하고 남편을 데리고 들어가는 시어머니가 너무 미웠다고 한다.
“ 그런데,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다 그 생각이 나니까 임심초기 상태의 몸으로 돌아가는 거야. 남편이 옆에 있었으면 욕이라도 해주고 싶었어.”
그래서 나는 선배언니한테 뭐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그랬더니 선배언니는
“ 네가 뭘 사줘서 해결될 것이 아니야. 그때 남편은 시어머니가 못 먹게 하면 아무것도 못 먹은 나한테 가게에 가서 뭐라도 사다 줘야 했던 것 아니야. “
나도 맞장구를 쳤다. 정자언니는
“ 남편은 마마보이여서 자기 엄마가 뭐라고 하면 한마디도 못하고 임신한 마누라한테 어떻게 해야 할 줄도 모르는 거야. 시댁이 서울인데 조금만 나가면 음식점이며 시장도 가깝고 슈퍼도 줄줄이 있는데 병신처럼 시어머니 방으로 들어가며 뒤도 안 돌아보는 거야. 그게 사람 놈이냐.”
늘 친절하고 고운 선배언니가 화가 많이 난 것을 보며 무엇인가 맛난 것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남편 밥해줘야 해서 안 먹는다고 했다.
선배언니는 수많은 금쪽이들을 보면서 시집살이한 고통을 생각한다고 했다.
부모가 잘못해서 아이가 아픈 것을 부모가 사과하고 아이가 옳바로 자라게 노력하듯, 시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남편이 치유해 주고 보듬어야 하는데 선배언니남편은 다 지난 예기를 왜 자꾸 꺼내냐고 하며 짜증을 내서 말도 못 안했다고 한다.
나도 선배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뭔가 기분 나쁜 응어리가 가슴에서 불쑥 올라왔다.
”요즘 젊은 여성들 참 똑똑한 것 같아요. 우리처럼 시집에 말도 못 하고 먹고 싶어도 눈치 보며 실았던 시절이 화가 나요. 딸도 소중하지만 며느리는 딸보다 더 위하고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인데 , 앞으로 우리나라에 시집살이라는 말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
그렇게 말했더니 선배언니는 “나도 아들이 둘인데 결혼하면 시집살이시킬까 걱정이 된다. “
언니는 안 그럴 것 같으니 걱정을 말라고 했더니,
“ 시집살이한 사람이 또 시집살이시킨다는 말이 있잖아.” 이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이 땅에 시집살이란 언어가 없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