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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레한 내 얼굴

편편사마귀 이야기

by 해윤이

내 피부는 첫 아이를 갖고 악건성이 되었다.

피부가 하얀 조그마한 얼굴에 여드름 한번 안 나서 깨끗했는데 버석버석 해지니 없어 보였다.

좋다는 화장품은 다 사용해도 피부가 갈라지는 것 같았다. 유분화장품에 에센스를 듬뿍 바르면 조금 편하다고 할까 그러던 얼굴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10년 전쯤 깨끗했던 내 얼굴에 따개비처럼 뭔가가 달라붙기 시작했다.

미간에 달라붙더니 이마로 퍼지고 오뚝한 코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내려가며 생겨났다.

그러다 없어지겠지 하고 병원에도 안 가봤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친구 누나가 얼굴에 뭐가 났는데 병원에 갔더니 피부암이라고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그 유명하다는 피부과로 나를 데리고 갔다.


피부과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내 차례가 되어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건성인 사람의 특징이에요. 유분화장품을 많이 써서 생긴 편편 사마귀예요."

그리고 아무런 처방도 없었다.


편편 사마귀가 나는 것을 10년도 더 꾹 참고 견디던 내가, 남편일로 피부과에 가서 생각 없던 내 얼굴을 의사에게 물어봤다. 의사는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편편 사마귀를 레이저로 지지고 기름을 짜내는 일을 했다. 피부과의사는 남편을 앞에 앉혀놓고 나를 시술하면서 "어쩜 피부가 이렇게 안 좋아요."라고 했다. 그러며 "너무 꼭 짜면 곰보가 돼요." 했다.


시술이 끝나고 나와서 거울을 보았더니 내 얼굴은 전쟁에 총상입은 건물처럼 성한 곳이 없었다.

누군가는 "얼마나 예뻐지려고 그래." 하고 지나가고, 모두가 힐끔거리며 궁금해한다.


얼굴이 그 모양이니 나는 유튜브를 보게 되었다. 피부과 의사들이 만든 유튜브의 결론은 물을 많이 마셔서 세포를 탱글탱글 하게 하고, 수분크림도 많이 발라야 한단다. 나는 물은 많이 먹는 편인데 그때부터 물을 생각보다 더 많이 먹고, 수분크림은 100g에 14,000원인 것을 한 개 사면 한 달 이상 사용하는 것인데 하루에 사용할 양의 10배도 넘게 발랐던 것 같다. 듬뿍 퍼서 얼굴에 바르면 쑥 빨아들이고 또 바르면 쑥 빨아들이는 것이 마른 스펀지에 물을 붓는 것 같았다. 신기했다. 그렇게 바르기를 4일 후 피부에 변화가 생겼다. 버석하고 윤기도 없고 굳어가는 것 같은 내 얼굴을 보며 늙어서 그렇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피부가 야들야들해지기 시작했다. 입술에도 발랐는데 매일 껍질이 벗겨지던 입술도 촉촉해졌다.


이마가 반짝이는 사람을 보면 보톡스를 맞았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분크림 바르기 시작한 지 두 달쯤 되어 내 이마도 윤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어느 연예인도 싼 수분크림을 듬뿍 바른다고 했는데 듬뿍이 손으로 한번 찍을 때 좀 많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했을 때 내 얼굴에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듬뿍은 얼굴이 땅기지 않을 정도로 스미면 또 바르고를 반복하는 것이다. 몇십 년을 건조한 피부로 살았는데 이젠 누가 봐도 건조하다는 말을 하지 않을 정도로 보드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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