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입문이야기
일이 끝나면 우리 마을 앞산둘레길을 걸었다.
늘 같이 걷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운동을 그만두게 되었다.
함께 운동 가자고 하면 시간이 없어서 아니면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 등 이유가 많았다.
그런데 나는 운동이 좋았다.
그래서 친구들의 꼬임에도 불구하고 산으로 올라갔다.
둘레길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혼자 걷는 것은 심심했다.
고민 끝에 남편이 오래전부터 하고 있던 마라톤클럽에 가입했다.
마라톤 글럽사람들은 내 다리를 보고
"아유, 다리가 어쩜 저렇게 하예요."
나는 기분이 좋았다.
다리가 하얗다고 하니 내 다리가 예쁘다고 하는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은 칭찬이 아니었다.
달리기를 하는 회원들은 얼굴부터 다리가지 까맣게 그을렸다.
정말 달리기를 잘하는 여자회원은 원래 피부가 저렇게 까만가 할 정도로 새까맣다.
나는 달리기 할 준비는 마음뿐, 복장이 준비되어있지 않았다.
준비된 것은 딱 하나 딸이 사준 나이키 러닝화였다.
여름이라 집에 있는 반바지와 반팔티를 가지고 일주일에 3번씩 달리기 모임에 나갔다.
때로는 등산용 샌들을 신고 뛸 때도 있었다.
등산용 샌들은 발이 시원해서 올여름에도 잘 신고 뛰었다.
달리기를 하는 나를 보고 마을사람들이 무릎 다친다고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운동장에 나가서 잘 뛰는 사람을 보면 나도 젊은이로 착각하고 신나게 뛰고 싶어 졌다.
그래서 힘껏 달렸더니 나보다 일찍 들어간 여자회원이
"언니, 천천히 오래 뛰세요."
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래도 나는 신나게 뛰고 돌아왔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일어날 수가 없게 다리가 아팠다.
마을 사람들이 알까 봐 두려워졌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다리를 원위치로 돌리고 싶은 마음이 더 급했다.
아픈 와중에도 뛰고 싶어 산속에서 천천히 뛰어보았다.
산에서 만난 사람으로부터 정보를 듣고 자가치료로 아픈 무릎이 15일 후 말끔히 나았다.
왜 아팠는지 이유를 알게 되어 천천히 오래 뛰기로 했다.
9월 17일 경기도체육대전 마라톤 10km를 나가기 위해 매일 연습을 했다.
그런데 9월 16일 날이 백두대간 첫 출정날이었다.
지리산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낙비가 하루종일 내렸다.빗속을 뚫고 안전하게 하산을 할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정리를 하고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경기체전에 가야 하는데
2시간 정도 자고 경기장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갔다.
처음으로 유니폼을 입고 배번을 붙이고 칩을 신발에 묶으며 기분이 좋았다.
이날도 즐겁게 완주를 했다.
이렇게 나의 마라톤은 시작되었다.
24년 6월 4일에 내가 마라톤에 가입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어서 연습에 나온 클럽회원들을 위해 수박을 샀다. 24년도 여름이 시작되는 첫 수박은 정말 달고 맛있었다.
1년이 되면 정회원이 되는 것이다.
우리 마라톤클럽은 먼저 들어가서 선배가 아니라 나이가 많은 사람이 선배다.
나에게 선배님 하고 부르는 회원도 있지만, 언니나 누나라고 부르는 회원이 많다.
12개월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서 띠동갑 모임도 있다.
그 모임 속에는 나의 아들과 같은 나이의 남녀 후배도 언니, 누나하고 부른다.
내가 모임에서 나의 모습을 볼 수 없어서일까 나는 20대로 돌아간 기분을 느낀다.
24년 9월 3일 국제국민마라톤에서 가입한 지 얼마 안 되는 다른 지역 후배를 만났다.
그 후배는 50대 후반인데 나이 많은 사람이 없어서 부끄럽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나도 있는데 뭐가 부끄러워요."라고 했더니 나의 나이를 물어보고 깜짝 놀라며
"언니네요." 하며 "언제까지 뛸 거예요."하고 또 물어왔다.
"마라톤에는 나이가 없어요. 내가 뛸 수 있을 때까지 뛰면 되지."
라고 말을 했더니, 그 후배는 걱정했던 것이 해결되었다며 좋아했다.
나는 국민국제마라톤에서 10km를 0:59:55초에 완주를 했다.
내가 처음 마라톤을 한다고 할 때 살도 안 쪘는데 왜 운동을 하느냐고 하던 친구들은 운동을 멈추었더니 성인병이 훈장처럼 달라붙는다며 나를 부러워한다.
나는 누구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즐겁게 살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서 운동이 하고 싶은 사람들의 길잡이 역할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