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이야기
핸드폰에 하루 일을 기록할 수 있는 어플이 있으면 좋겠다는 후배에게 내 카카오스토리를 보여줬다.
카카오 스토리에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하루의 일을 사진과 함께 기록한다.
예를 들어 김장하는 날, 재료, 가격, 누구와 했는지, 그날 무엇을 먹었는지, 배추를 손질하는데 생산지에서 떨려온 낙엽이나 민달팽이, 무당벌레들에 대한 것을 기록한다.
카카오 스토리에 리즈시절 사진이 한 장 있었다.
"아 예쁘다."
"그 사진은 예쁜 게 아니라 멋진 거지. 내 사진이 예쁘다는 것은 말이 안 돼."
라고 했다. 그 사진은 사진작품활동을 활발히 할 때 화보에 프로필사진으로 사용했던 사진이다.
사진작가분이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빛과 명암처리를 멋지게 한 예술성이 있는 사진이어서 어디에서도 "이 사진 참 멋지네요."라는 말을 들었던 사진이다. 그 이야기를 듣던 후배가
“언니 얼굴은 예쁘잖아!”
나는 웃으며
“내가 태어나서 예쁘다는 말은 두 번째로 듣는 말이다.”
라고 했더니
“ 언니, 정말 예뻐요. “한다.
첫 번째는 아들이 중학교 1학년때 반장이라며 학부모간담회에 바빠도 꼭 참석하라고 해서 학교를 다녀왔는데 아들이 하는 말“ 엄마, 오늘 학교에 오신 엄마들 중에서 엄마가 제일 예뻤어요.” 했다. 그 말은 아들이니까 할 수 있는 말이려니 했는데 후배가 그런 말을 하니까 좀 당황했다.
나는 큰오빠가 군대 갔을 때 막내로 태어났다.
우리 큰언니는 나와 16살 차이다. 큰언니는 나만 보면 못나니라고 불렀다. 지금도 그렇게 부른다.
20대에는 눈 쌍꺼풀 해라, 귀 뚫어라 잔소리가 많았다.
나는 지금도 눈쌍꺼풀 수술도 안 하고, 귀도 안 뚫었다.
요즘은 눈이 처졌다며 눈을 어떻게 하라는 둥 미간 주름살 없게 보톡스 맞으라는 둥 잔소리를 만날 때마다 한다고 후배한테 이야기를 하며 나한테 예쁘다는 말을 하면 나를 놀리는 것 같다고 말해줬다.
다음날 큰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난 언니가 못나니라고 해서 누가 예쁘다고 하면 놀리는 거 같아 ”
라고 했더니
“ 누가 너를 예쁘다고 하니.”
그러는 우리 언니는 공주병이다.
80십대에 눈썹연장술을 하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스포츠댄스를 한다고 해서 나도 해볼까라고 했더니,
“너는 등산이나 다녀 거긴 예쁜 옷 입고 추는데라 너하고는 안 맞아."라고 한다.
그러면서 둘레길을 가면 세 번째로 걷는다고 자랑한다.
언니가 나를 못나니라고 불러도 건강하고 예쁜 언니가 나는 좋다.
처음 보는 누군가에게 나를 물어보면 이지적으로 생겼다고 한다.
그 이지적인 내 얼굴 모습이 나는 좋았다.
예쁜 곳이 없는 내 얼굴에 나는 늘 자신감이 있었다.
그 이유는 얼굴보다 몸이 예뻤기 때문이다.
사람은 어느 한 곳만 자신 있으면 마음에도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
구두가게에 가면 종업원이 신발을 신겨주면서
"어쩌면 발이 이렇게 예뻐요."
했다. 보이지 않는 발이지만 기분이 좋았다.
리즈시절엔 목이 길고 목선이 예뻐서 목걸이를 하지 않았다.
목걸이를 하면 목걸이가 돋보여 목선이 감춰진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나는 내 얼굴에 그리 큰 관심이 없다. 관심이 있다면 얼굴 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