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라톤연습을 했다.
우리 뒷산 둘레길이 한 바퀴가 3km다.
겨우내 달리고 싶었지만 백두대간길이 험해서 준비운동하느라 매일 산에서 운동하다 보니 거리를 재고 달리는 달리기는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
오늘은 날씨도 적당히 포근 쌀쌀해서 달리는 기분이 좋았다.
걷는 사람은 많아도 달리는 사람을 나를 포함 5명 정도 되었던 것 같다.
달리기를 하다 보니까 주말인데도 산에서는 첫눈에 쓸어지고 부러진 소나무들을 자르느라고 바쁜 일손을 놀리고 있었다. 달리며 보이는 길가의 나무들 중 산수유나무는 꽃을 피우려고 꽃망울이 통통하게 부풀어 올라와있었다.
개나리는 벌써 노란 꽃잎을 뾰족하게 내밀고 있고, 진달래도 꽃눈이 통통해지고 있었다.
달리며 다가오는 자연의 모습은 곧 꽃을 피우고 잎이 나올 것 같았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손을 잡고 산책하는 모습은 마음을 찡하게 했다. 한 바퀴를 돌고 왔는데도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손을 꼭 잡고 500m 정도 걸어오시고 계신 모습을 보면서 나도 먼 훗날엔 저런 모습으로 변할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썰렁하기도 했다. 다리가 아픈지 다리를 절며 걷는 내 나이또래의 여성도 있었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시는 노인들도 있고, 걸어서 마주 오는 사람들과 몇 번을 마주치며 지나치기도 하고 이렇게 달리기를 10km 달리고 나는 숲으로 달려갔다.
숲에는 잘린 소나무들이 많아서 마음이 아팠다.
지난 첫눈이 오기 전까지 산속을 걸으며 같이 이야기하던 나무들이다.
지금은 잘리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숲 속에 소나무 향기가 진동했다.
소나무가 전해주는 마지막 선물인 것 같았다.
소나무 향기를 집으로 가지고 가고 싶을 만큼 향기로웠다.
다시 둘레길로 내려와 언덕길을 달려올라가 산을 넘어 뛰어 내려가며
이렇게 신나게 달릴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