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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Mar 31. 2020

코로나 19와 함께 온 시간(3)

내 딸은 2주 자가격리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 시간이 많다 보니 눈이 많이 피곤하다. 이것은 또 무슨 소리인가?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시간적 여유가 많으니 SNS를 자주 하게 된다. 특히 Instagram이나 facebook 이것들은 실시간으로 코로나 대응책을 알려주는데 불안 심리가 가득하니 어찌 피할 수가 있나. 아마도 40년 전이라면 라디오 뉴스에 귀를 기울이겠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을 손에 잡고 다니니 실시간으로 검색을 하게 된다. 검색하다 보면 오늘은 무엇을 검색하려는 목적도 잊고 한 시간은 훌쩍 지나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딸이 뉴욕에서 돌아올 날이 25일이다. 3, 24일 나는 밤늦게 Instagram을 보고 있는데 ㅇㅇ시 속보에 '우리 시는 해외에서 입국하는 ㅇㅇ시민께 차량을 지원하겠습니다. 입국을 앞둔 ㅇㅇ시민이나 국내 ㅇㅇ거주 가족들께서는 우리 시 관할 보건소로 전화로 신청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비행기에서 내리면 볼 수 있게  시에서 이동을 도와준다니까 잘 읽어보라고 스크린숏을 찍어서 보냈다. 다음날 9시가 조금 지나 보건소로 전화를 했다. 그런데 사실은 준비가 안돼서 내일 26일부터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나는 또 허둥지둥 카톡으로 오늘은 지원이 안된다고 한다. 하고 시계를 보니 비행기가 도착하려면 1시간이 남았다. 

뉴욕에서 인천으로


 시간을 불안하게 보낼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에 모종삽과 장갑을 찾아서 옥상 정원 텃밭으로 올라갔다. 지난해 먹다 남은 파도 많이 자랐고 채소들이며 풀들도 꽃이 피고 있었다. 나는 흙을 파 업고 지난해 가을부터 과일 껍질이며 야채 다듬은 것들을 모아 놓은 거름을 흙속에 넣고  흙을 고른 다음 여러 가지 채소 씨앗을 뿌리고 있는데  비행기가 도착하면서 딸에게서 카톡이 들어왔다. 'ㅇㅇ시는 뭐지? 근데, 왜 준비된 것처럼'~저 지금 도착했어요. 그냥 알아서 갈게요'. 한 후 공항 검역관에게서 전화가 왔다. 딸의 전화가 로딩이 안되어서 신원 확인하기 위해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고, 그리고 딸이 전화오기를 기다리며 텃밭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엄마 저 이상 없데요 집에 가서 자가 격리하면 된데요, 이따 택시 타며 전화할게요."이제는 마음 놓고 텃밭을 정리하고 물도 주고 내려와 딸아이가 먹을 밥을 해놓고 2주간 자가 격리하게끔 준비를 해 놓고 전화오기를 기다렸다.


딸은 나에게 약속을 했다. 가족이 데리러 오면 아이들 수업에 지장이 있으니 택시를 타기로, 그런데 ㅇㅇ시에서 픽업을 한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오늘은 안 한다니 택시를 타고 들어오기로 했다.  택시를 잡아타고 딸은 내게 지켜야할 규칙을 말하기 시작했다. 

택시가 도착하면 2m 떨어진 곳에서 눈인사만 하기.

짐은 본인이 혼자 들어 나르기로.

딸이 2충으로 올라가면 계단을 소독하고 걸래로 깨끗이 닦아야 균이 번지지 않는다고.

그리고 곧 택시가  도착했다. 나는 택시 넘버를 사진 찍었다. 그리고 딸아이가 내리는 것을 멀찍이 서서 바라보았다. 딸아이는 수업료 다 내고 제대로 공부도 못하고 돌아왔다며 아쉬워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마음고생 많이 하고 온 딸을  안아주지도 못하고 멀리서 바라보는 마음의 슬픈 광경을 연출하고 있게 한 코로나가 미웠다.


딸아이가 도착하고 마음은 편한 것 같은데 머리와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는 병원에 가야만 했다. 왜 아플까? 감기 기운 아님 뭔가를 잘못 먹었나,  이런저런 질문과 대답을 듣던 의사 선생님은 신경성입니다. 명의였다. 내가 딸 걱정하느라 며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미국에 있는 딸을 집에 오기까지 걱정이 나를 아프게 했구나 생각하며 병의 원인을 찾았다는 안도감은 있으나 쉽게 몸이 회복되지는 안았다. 집에 돌아와서 혼자 격리되어 불한 할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어느 나라보다 코로나 19 대책을 잘하는 우리나라에 돌아온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지금까지 아무 일 없이 잘 지내주는 딸에게 고마운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 주워지는 시간은 언제나 노력으로 얻어야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며  빌 게이츠가 코로나를 많은 사람들이 큰 재난으로 보는 반면 빌 게이츠는 이 바이러스를 '올바른 교정자'로 보고 싶다는 말에 동감한다. 우리가 잊어버린 중요한 교훈을 상기시키기 위해 온 것이며 새로운 교훈을 얻게 될 것이라는 그 말을 나는 지루하고 답답한 시간을 보내며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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