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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Mar 31. 2020

코로나 19와 함께 온 시간(4)

딸은 오늘 검체 체취 검사를 했습니다.

  어제 오후 아들에게서 카톡이 왔다. 친구가 LA에서 23일 출발 한국에 24일에 도착했는데 귀국해서 아무 증상 없는데도 음성인 것 확인하려고 공항검역소에서 검체 체취 검사했는데 양성이 나왔다고, 양성이란 글귀에 내장이 모두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메스꺼움을 느꼈다. 또 머릿속 가득 불안함으로 가득 찼다. 2층에서 14일간 자가 격리자로 살고 있는 딸은  얼마나 힘들고 지치고 있을까, 딸보다 며칠 앞서 귀국한 친구는 타고 온 비행기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검사를 했는데 음성이 나왔다고 며칠 전에 알려주며 1주일이 지나 함께 탄 비행기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검사하러 오란다며 미국에서 하던 수업을 화상 을로 해야 해서 주야를 그대로 미국 생활을 하고 있던 터라 아무 시간에나 연락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새벽부터 부스럭거리며 스탠드에 불을 켰다.

편명 DL9012

뉴욕 24일 13시 출발 

한국 25일 16시 25분 도착

 teminalNO2

메모지에 이렇게 써놓고 9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아침식사 준비를 끝내고 집안 정리정돈을 하고 나도 시간은 쉽게 흘러가지 않는다. 9시가 조금 지나서 재난안전 대책본부 해외입국 지원반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검사하는 곳이 아니라며 어디에서 입국했냐고 물어봐서 뉴욕이라고 했더니, 뉴욕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검사하길 권유한다며 보건소에 전화할 필요도 없이 가서 검사하면 된다고 한다, 나는 조심스럽게 딸에게 전화를 했다.

딸도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로 보건소에 알아보고 알아서 가겠다고 한다. 딸은 미국 시간을 알아보더니 자전거를 준비해달라고 한다. 


남편은 딸의 자전거를 꺼내 오랫동안 타지 않아서 쌓인 먼지를 닦고, 바퀴에 바람도 넣어서  대문 앞에 놓았다.

그런데 딸은  자전거 손잡이를 만지면 안 되니까 걸어서 다녀오겠다고 한다. 그래서 현관문과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밖에 나가 일주일 만에 딸의 얼굴을 보았다. 2m 떨어지세요 하는 딸의 모습이 죄짓지 않은 사람이 죄인으로 몰려 판명을 기다리는 심정이라고 할까 딸아이의 표정이며 기분이 그렇게 보였다. 화창한 날씨에도 겨울 냄새가 물신나는 외투를 걸치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함께해주지 못하는 아픔이 뜨겁게 치밀었다.


집에 들어와 일하고 있을 아들에게 조심스럽게 카톡을 했다. '누나 검사하러 갔어' 했더니 '왜요? 비행기에 확진자 나왔어요?' 하며 놀란다. 뉴욕에서 온 사람들 검사하길 권한다고 해서 건강에 이상 없는데 하는 거라고 했더니,  '누나 얼마나 무서울까!' 그 글귀를 보고 나는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마당으로 나와 잘 자라고 있는 화분을 뒤집어엎고 다른 화분으로 옮기고 이쪽에 있는 것을 저쪽으로 옮기는 작업을 한참 하고 있는데 딸아이가 집 가까이 왔다고 문 열어 달라고 전화를 한다. 대문도 활짝 열고 현관도 활짝 열고 멀찌감치 서서 바라보는 나에게 마스크를 쓰고 프린트물 A4용지 한 장을 들고 들어와서 그게 뭐야 했더니 격리 수칙이 적힌 거라고 하며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산길로 갔는데 산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피해 가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한다.  무슨 죄를 지었다고 마스크를 쓰고도 사람들을 피해 다녀야 하나 외국에 갔다 온 것이 큰 죄라도 되는 것처럼 느끼는 딸을 보며,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아 얼른 들어가 쉬라고 하며 먹고 싶은 것 없느냐고 했더니 식빵이랑 곰탕이 먹고 싶다고 한다. 


아래층에 사다 놓은 식빵을 먼저 2층 현관 앞에 놔주고 딸과 자주 먹던 곰탕집으로 곰탕을 사러 갔다. 나는 설렁탕 두 팩과 도가니탕 한팩을 사며 김치와 깍두기도 달라고 했다. 다른 때는 김치는 안 주는데 김치도 필요하세요 하고 물어본다. 물론 김치냉장고에 김장김치가 많이 있지만 딸이 좋아하는 김치라서 김치가 없다고 했더니 넉넉히 넣어주었다. 2층 계단에 곰탕을 가져다 놓고 전화로 곰탕 배달 완료했더니 고맙다며 내일이나 모래쯤 검사 결과가 나온다고 말해준다. 내일이 좋은 소식을 가지고 빨리 오길 바란다. 맛있게 먹고 쉬어라 하고 전화를 끈고 아래층에 내려왔을 때 나는 또 좌불안석이 되어 산책을 나가며 독립된 공간에 격리되어 마음 조리고 있을 딸을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다. 잡생각이 들지 않게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좋은 소식이 빨리 도착하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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